이광종 감독은 상대를 압도하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득점이 적은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황진환기자
같은 경기. 하지만 상반된 평가. 과연 무엇이 맞는 걸까.
축구 팬들은 내용 면에서는 한참을 앞서고도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하는 경기를 두고 '발암축구'라는 별명을 붙였다. 답답한 경기 내용을 발암물질에 비유한 일종의 풍자다. 25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홍콩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16강은 그야말로 한국 축구팬에게는 '발암축구'였다.
결과는 3-0 한국의 승리. 하지만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홍콩을 상대로 줄곧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해 예상 밖의 고전을 펼쳐야 했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의 '에이스'로 예상됐던 손흥민(레버쿠젠)이 소속팀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된 가운데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윤일록(서울)은 조별리그 2경기 만에 무릎 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와일드카드'로 뽑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도 경기 중 종아리 타박으로 8강 이후에나 그라운드에 밟는 불운이 계속됐다. 김신욱의 백업 공격수인 이종호(전남)마저 2, 3차전에서 경고를 차례로 받아 16강에 결장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광종호'에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그나마 조별리그 3연승으로 A조 1위에 오를 수 있던 것도 3경기 연속 골을 넣은 김승대(포항)의 덕분이다.
'이광종호'의 홍콩전 전반 45분의 기록은 슈팅수(16-0)나 유효슛(5-0), 코너킥(11-0)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일방적으로 우세했다. 홍콩이 한국보다 많은 기록은 반칙(4-3)뿐이었다. 경기 점유율도 74-26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점수는 0-0으로 끝이 났다.
울리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방적인 경기 내용에도 선제골을 넣지 못한 한국은 무려 20번의 슈팅 만에 나온 후반 14분 이용재의 선제골로 힘겹게 앞서나갔다. 이후 후반 32분 박주호(마인츠)와 후반 추가시간 김진수(호펜하임)의 연속 골이 터지며 3골 차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최종 기록은 슈팅수 25-0으로 한국의 일방적인 우세다. 유효슛은 8-0, 코너킥은 15-0이다. 3골 차 승리로 8강에 올라 '숙적' 일본과 준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경기 후 이광종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골 결정력 빼고는 선수들의 위치 선정이나 유기적인 움직임 등은 좋았다"는 그는 "오늘 경기도 상대가 10명이 모두 내려설 것을 예상했다. 후반에 골이 나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만족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