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모술지역의 한 여성 인권변호사를 이슬람을 버렸다는 이유로 고문한 뒤 공개 처형했다고 유엔 측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엔 이라크지원단(UNAMI)은 인권변호사 사미라 살리흐 알누아이미가 페이스북에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의 종교시설들을 파괴하는 IS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 뒤 지난 17일 자택에서 IS 조직원들에게 붙잡혀갔다고 밝혔다.
알누아이미 변호사는 소위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정에서 배교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고는 지난 22일 공개 처형됐다고 이라크지원단 측은 말했다.
익명의 관계자들은 AP통신에 알누아이미가 붙들려갈 당시 집에는 남편과 3명의 아이가 있었다면서 5일 후 시신안치소로부터 통보받고 인수하러 갔을 때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유엔 이라크 특사인 니콜라이 믈라데노프는 성명을 통해 "모술 시민들의 시민적 권리와 인권을 지키려는 여성 인권변호사 겸 활동가를 고문하고 처형함으로써 ISIL(IS의 옛 이름)은 악명높은 본성, 증오, 잔인함, 인간의 품위에 대한 완벽한 외면 등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바레인에 있는 걸프인권센터(GCHR)도 알누아이미 변호사가 모술 중심부의 광장에서 총살됐다며 구금자 인권과 빈곤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그녀의 죽음은 "단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인권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라크의 저명한 인권활동가인 하나 에드워르는 IS는 최근 수주 동안 모술에서 정치와 관련있는 여성들을 최소 5명 살해했다며 "이는 단지 여성만을 표적으로 한 게 아니다. 그들은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면 누구든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르는 또 알누아이미를 알고 있다며 그녀는 헌신적인 활동가였으며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모술을 점령한 IS는 변형된 이슬람 법을 강요하고 있으며 반대자들을 참수하거나 학살하고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배교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이슬람 사원여러 곳을 파괴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월에도 모술 근교 도시에서 일단의 무장세력이 지방의회 선거에 출마했던 여성의 자택에 쳐들어가 여성을 살해하고 남편을 납치했다고 이라크지원단 측은 전했다. 같은 날 또 다른 여성 정치인이 모술 동부 자택에서 납치돼 실종 상태에 있는 등 모술과 주변 지역 여성 활동가나 정치인들이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