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육상의 '꽃' 남자 100m의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스프린터 김국영도, 중국·일본의 떠오르는 별도 아니었다.
나이지리아에서 부와 명예를 좇아 중동으로 건너온 페미 오구노데(23·카타르)가 미추홀 트랙·필드의 최대 영웅으로 떠올랐다.
오구노데는 28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초속 0.4m의 뒷바람을 타고 질주, 9초93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초93은 똑같이 나이지리아 출신의 카타르 스프린터인 새뮤얼 프란시스가 2007년 작성한 종전 아시아기록(9초99)을 7년 만에 단숨에 0.06초나 단축한 것이다.
이날 오구노데의 출발 반응시간은 0.184초로 레이스에 나선 8명의 선수 가운데 6번째에 불과했지만, 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중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선 오구노데는 어느새 2위 쑤빙톈(중국·10초10)과의 격차를 0.17초나 벌리며 단독 질주를 펼치고는 포효했다.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오구노데의 질주에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도 열광 속으로 빠져들었다.
실제로, 오구노데의 이날 기록은 아시아 단거리의 수준을 한껏 끌어올린 것이다.
아시아의 종전 최고 기록인 9.99는 6개 대륙 가운데 남아메리카(10초00)에 이어 하위권에 처진 형국이었다.
그러나 9.93까지 끌어올리면서 오세아니아 대륙(9초93)과 최고 기록의 수준을 나란히 했다.
유럽(9초86)이나 아프리카(9초85) 기록에도 크지 않은 차이로 다가섰다.
물론, 오구노데의 질주에도 씁쓸함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오구노데가 순수하게 아시아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가 아니라, 중동의 '오일 머니'에 2009년 카타르로 국적을 바꾼 선수이기 때문이다.
오구노데 이전에 아시아의 유일한 9초대 최고 기록(9초99)을 보유하고 있던 새뮤얼 프란시스(카타르) 역시 나이지리아 출신의 귀화 선수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1호 카타르 선수인 프란시스가 먼저 9초의 벽을 깼고, 2호인 오구노데가 이를 더 앞당긴 것이다.
'토종' 아시아 선수의 최고 기록은 여전히 10초00에 머물러 있다.
일본에서 이토 고지 등이 이 기록을 찍었고, 중국에서도 장페이멍 등이 10초00에서 멈췄다.
이날도 중국·일본의 스프린터들은 오구노데의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페이멍이 10초18로 4위에 그쳤고, 일본에서도 다카세 게이(10초15), 야마가타 료타(10초26) 등이 부진한 기록으로 물러났다.
홀로 경기장을 뒤흔든 오구노데는 의기양양했다.
그는 "지금 기록에도 만족하지만, 컨디션이 완벽했기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더 좋은 기록을 냈을 것"이라며 "앞으로 9초60∼70대의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