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며 3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가 야당의 불참으로 개의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를 찾고 있다. 윤창원기자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극적 타결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167일만의 일이다.
세월호법 협상은 지난 7월 12일 여야가 각각 구성한 '세월호 특별법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8월 7일 여야 원내대표가 특별법 제정에 1차 합의를 이룬 뒤 9월 30일 최종 타결에 이르기까지 두 달이라는 지리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두 차례의 여야 협상안이 유가족의 거부로 무산됐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의 경우 원내대표 사퇴라는 정치적 위기를 맞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 8월 7일 1차 합의안...'특검 추천' 놓고 야당· 유가족 반발
8월 7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에 관한 1차 합의를 했다.
1차 합의안에는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특별검사의 추천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의 임명절차에 따른다는 안이 포함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유가족은 줄곧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새정치연합은 후퇴하는 안을 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진상조사위 조사관 일부가 특별사법경찰관 권한을 갖고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안을 내세웠다.
이 또한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쳤다.
야당은 수사권이 아닌 '특검추천'으로 쟁점을 옮겨 특검 추천권을 야당에 부여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상설 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추천하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현행 법에는 특검 추천권은 별도의 특별검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하게 돼 있다.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그리고 국회에 추천하는 특검추천위원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상설특검 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선정해 올리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특검법대로 특검을 임명할 경우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인사가 특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유가족과 야당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대신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구성에 새누리당이 반대해 온 유가족 추천몫을 확보해 진상조사위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유가족과 당내 지지를 얻지 못했다.
◈8월 19일 2차합의...특별검사추천위 여당 몫에 대한 유가족 '사전동의'
10여일 뒤인 8월 19일 두 원내대표는 두 번째 합의안을 마련했다. 쟁점은 특검 추천에서 특검 추천위 구성으로 옮겨졌다.
여당 인사로 특검이 추천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은 특검 추천위원의 여당 몫 중 1명을 양보해 3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새누리당은 법과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절충안으로 결국 여당 추천 몫 2인의 경우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의 사전 동의를 받아서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유가족의 ‘사전 동의’라는 장치가 있기 때문에 유가족이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가족은 총회를 거친 끝에 최종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야당 내에서는 ‘유가족을 설득하자’와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결국 당내 추인을 받지 못하면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정치 생명의 최대 위기를 겪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9.30 합의
두 원내대표는 2차합의를 한 지 40여 일 만인 30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최종 합의했다. 쟁점은 다시 특검 추천으로 옮겨졌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30일 세월호 특별법을 정부조직법.유병언 법과 연계해 10월 31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의 3차 합의안에는 “8.19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며 여야 합의로 4인 특검 후보군을 추천”하기로 하고 “유가족 참여는 추후 논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애초 여·야와 유가족이 특별검사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특검추천위가 2명을 결정하는 안을 여당에 제시했다. 하지만 여당은 유가족이 입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일단 유가족을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유가족들 마음을 다 담아드리지 못한데 가슴이 굉장히 무겁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진실들이 지워져가고 있다. 이제는 국회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가고 진상규명을 해야되는 시점이다. 참 힘든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석 달 가까이 진행된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그야말로 우여곡절과 반전을 거듭한 지난한 협상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