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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따뜻한 패자 이란의 바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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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따뜻한 패자 이란의 바라미

    은메달 시상대에 오른 이란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 제공=KBL)

     


    이란 남자농구 대표팀의 포워드 니카 바라미 때문에 극도의 긴장감을 느꼈던 농구 팬이 많을 것이다.

    바라미는 3일 오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30점을 몰아넣었다. 양희종이 그나마 바라미를 상대로 좋은 수비를 펼쳤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이 78-75로 전세를 뒤집은 경기 종료 14.0초 전, 이란은 반드시 득점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란을 기사회생시킨 것은 바라미였다.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승부를 계속 끌고갔다. 지독한 승부사였다.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대표팀은 이란을 79-77로 꺾고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다.

    왠지 바라미는 경기 후 불만이 많을 것 같았다. 대회 내내 심판 판정에 불만을 제기했던 그다. 바라미는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전이 끝나고 "인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심판 판정이다. 특히 이란에게 판정이 편파적이었던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바라미는 결승전이 끝나고 패배를 인정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바라미는 먼저 "한국의 우승을 축하한다. 그게 전부다"라고 짧게 답했다.

    바라미는 취재진의 질문에 "앞서나가는 한국을 따라잡느라 많은 힘을 쏟았다. 막판 5점을 앞섰을 때에는 1~2개 실책이 나왔다. 마지막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다. 우리의 핵심 선수인 하메드 하다디의 경기력이 별로 좋지 않았다. 평소와 조금 달랐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막판에 우리는 속공 기회를 놓쳤고 한국은 3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가져갔다. 그런 기회가 연속적으로 가기는 어려운데 그렇게 됐다. 한국의 오늘 수비는 굉장히 좋았고 외곽슛도 좋았다. 한국은 수비 전환이 빠른 팀인데 우리는 큰 선수들이 많아 그런 부분에서 고전했다"고 패인을 설명했다.

    공식 기자회견에는 금은동메달을 딴 한국, 이란, 일본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자리했다. 질문은 한국 선수단에게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유재학 감독과 김종규에게 질문이 계속 주어지자 바라미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았다.

    김종규가 막 답변을 시작할 찰나였다. 그러자 바라미는 먼저 김종규에게 사과했다. 말을 끊어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이어 바라미는 "오늘은 아무래도 한국 선수단에게 질문이 많이 갈 것 같다. 이란 선수단에게 질문이 없으면 먼저 일어나고 싶다"고 정중히 요청했다.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국 미디어와 선수단이 편안하게 기자회견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 외국기자가 할 질문이 있다고 말하자 웃으며 "오케이"라고 대답한 바라미의 자세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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