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안 되네'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던 이상민 삼성 감독은 사령탑 첫 시즌을 올 시즌 연패로 시작하는 등 힘겨운 일정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리온스와 감독 데뷔전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힘드네요."
선수 시절 밥 먹듯 숱했던 승리. 하지만 1승을 거두기가 이렇게 어렵다. 열정과 패기로 나섰지만 두 번이나 쓴잔을 맛봤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42)의 힘겨운 사령탑 첫 승 도전기다. 지난 주말 연이틀 패배를 안았다. 11일 '2014-2015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원정 개막전에서 72-79로 졌고, 12일 홈 개막전 SK와 서울 라이벌 대결에서는 78-93, 대패를 안았다.
12일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은 필승을 다짐했다. 11일 감독 데뷔전 모의고사를 치른 데다 홈 팬들에게 반드시 승리를 안기겠다는 의지였다. 이 감독은 "시즌 전 SK와 두 번의 연습경기 때 엇비슷하게 했다"며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결과는 15점 차 패배. 데뷔전보다 점수 차가 더 났다. 전반까지는 33-37, 4점 차로 선전했지만 후반 와르르 무너졌다. 올 시즌 3강으로 꼽히는 SK와 리빌딩을 준비 중인 삼성 간의 전력 차는 분명했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이 감독은 "제공권 싸움에서 밀렸다"면서 "페인트 존 골밑 득점에서 10-26으로 뒤져 확률 농구에서 지고 갔다"고 패인을 밝혔다. 이어 "리오 라이온스에 대한 트랩 수비 때 패스가 제대로 돌지 않아 외곽에만 치중했다"면서 "대비를 했는데 결과가 나빴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날 삼성은 리바운드에서 26-35로 뒤졌다.
▲화려한 선수 시절, 그러나 감독은 다르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12일 SK와 홈 개막전에서 선수들의 플레이에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상민 삼성 감독.(자료사진=KBL)
당초 이 감독은 오리온스전 패배에 대해 낙담하지 않았다. 12일 경기에 앞서 "지난 두 시즌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고 끝까지 끈끈하게 쫓아갔다"고 의미를 뒀다. 그러나 SK전에서는 3, 4쿼터 붕괴된 모습이 얼핏 보였다. 그만큼 어려운 팀 재건이다.
이 감독은 "선수, 코치 때보다 감독이 더 힘들다"고 했다. 선수 때는 코트에서 뛰면서 경기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능력도 충분했다.
연세대 시절인 1993-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사상 첫 대학팀의 우승을 이끈 이 감독이었다. 프로에서도 현대와 후신 KCC에서 3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견인했다. 삼성으로 와서도 2년 연속 챔프전 진출에 기여했다.
코치로서도 김동광 전 감독을 보필해 2012-2013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감독은 다르다. 팀 전체를 봐야 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최대한 빨리 준비해서 첫 승을 거둬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 경기는 오는 15일 안양 KGC 인삼공사와 원정이다. KGC 역시 초보 사령탑 이동남 감독 대행이 2연패를 안았다. 이상민 감독은 "거기도 연패를 끊는 게 최우선이라 절박할 것"이라고 혈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더라도 당당하게 하자고 했다"면서 "지난 시즌처럼 기가 죽을까 봐 자신감을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 최고 스타 이상민의 험난한 첫 사령탑 시즌, 그렇게 감독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