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전단 살포에 따른 긴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으로 만들어진 남북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동안 남북 관계는 늘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며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 관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과 남북 간 대화 재개 합의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가 NLL과 휴전선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다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해서 다시 대결 국면으로 벗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앞으로도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인 대화 의지가 엿보인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해상과 육상에서의 총격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화의 판을 깰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남북이 곧 개최하기로 한 고위급 접촉을 꽉 막힌 남북관계를 돌파할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금 핫 이슈인 5.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이 5.24 조치 해제 등에 대해 고위급 접촉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은 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첫 언급이라는 점 외에 특이점은 없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5.24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존 정부의 입장이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박 대통령이 대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화를 통해 남북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반대 또는 자제 입장을 밝혔어야 했지만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에서 대북 전단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은 통일준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이럴 때 일수록 통준위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결집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북관계를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거나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달라는 당부도 했다.
한편 이날 회의는 박 대통령의 인사말에 이어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의 활동경과·향후 활동계획 보고, 류길재 정부 부위원장의 남북관계 현황 및 정책 추진 방향 보고, 4개 분과위별 보고와 토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공원 후보지 선정에 본격 착수하고, 친환경 공원 조성을 위한 기초 설계 작업, 주변 지역 도로 정비 등 연계 발전 계획 등을 추진해서 북한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 통준위가 제안한 통일 헌장 제정에 대해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하면서 통일 준비 과정에서 할 일이 무엇인지, 통일 이후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담아 달라고 주문했다. 통일헌장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