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vs 1순위' 지난 11일 개막한 '2014-2015 KCC 프로농구'는 개막전 외에는 생중계가 뜸하게 잡혀 팬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사진은 11일 오리온스 이승현(왼쪽)이 삼성 라이온스의 슛을 수비하는 모습. 이날 경기는 아이탑21이라는 생소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중계됐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요즘 통 우리 구단 기사 보기가 어렵습니다."
한 프로농구 지방 구단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2014-2015 KCC 프로농구'가 지난 11일 개막했지만 예년에 비해 농구 관련 기사가 뜸해졌다는 말이 돈다. 생중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기자들의 기사 생산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보통 프로 종목들의 경우 출장이 어려운 지방 경기는 취재진도 TV 중계를 통해 기사를 작성한다. 한국야구위원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농구연맹, 한국배구연맹 등 4대 프로 종목 단체들은 기자실을 운영해 TV 중계와 달성 기록 전달 등 편의를 제공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기자실과 TV가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생중계되는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프로농구 종사자들을 떠나 팬들이다. KBL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프로농구 기사에는 생중계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당초 이번 시즌은 12년 만의 극적인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부푼 기대를 안고 출발했다. 인천 대회 결승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에 짜릿한 대역전승으로 농구 인기 부활을 예고했다. 당시 결승전 시청률은 11%를 웃돌아 아시안게임 전체 중계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됐으나 편성표에 프로농구 생중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겨울스포츠의 꽃으로 불리는 프로농구의 중계 사정이 왜 이렇게까지 나빠진 것일까.
▲프로야구 늦은 마무리-악화된 중계 환경 등 변수내부적인 요인과 외적인 변수가 함께 작용한 탓이다. 먼저 농구 바깥쪽 환경이 좋지 않다. 아시안게임의 국내 대회 개최로 밀린 프로야구 경기가 남아 있어 중계도 밀린다는 것이다.
프로야구는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가졌다. 17일 정규리그가 종료돼 19일부터 포스트시즌에 들어간다. 예년 같으면 플레이오프를 치를 시기다. 올해는 그래서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면 11월 12일에야 일정이 끝난다.
중계사 입장에서 프로야구는 '슈퍼 갑'이다. 시청률이 보장되고 광고까지 붙는 알짜배기다. 농구 중계는 없어지거나 녹화 중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내부적 요인은 방송사 환경의 변화다. 올해 소치올림픽과 브라질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중계사들이 적자를 면하지 못하면서 프로농구 중계에도 소극적이 됐다는 지적이다.
케이블 3사 중 MBC 스포츠플러스가 KBL과 계약을 맺고 적극적이지만 나머지는 사정이 다르다. 그나마도 야구에 밀린 녹화 중계는 인터넷 등을 통해 송출하는 것을 막는 형편이다. 야구가 시즌을 완전히 마무리해야 생중계가 될 판이다.
여기에 겨울스포츠 경쟁 종목도 걸림돌이다. 18일 개막하는 남녀 프로배구와 11월 1일 시작되는 여자프로농구(WKBL)다. 이미 콘텐츠를 확보한 나머지 중계사들이 프로농구에 뜨뜻미지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L도 발에 불이 나게 뛰고는 있다. 하지만 결론 도출이 쉽지는 않다. KBL 고위 관계자는 "목하 중계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이번 주말, 아니면 다음 주까지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언제쯤 프로농구 팬들이 생중계로 코트의 열기를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