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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위한 개헌, 미룰 일 아니다

칼럼

    [시론]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 위한 개헌, 미룰 일 아니다

    • 2014-10-17 15:00
    청와대 전경(자료사진/황진환 기자)

     

    개헌 논의가 봇물처럼 터질 것이라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룻만에 발을 빼고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개혁을 위한 개헌 문제의 공론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쪽의 발끈하는 기류에 김무성 대표가 '치고빠지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미 불은 붙인 셈이다. 어제 김무성 대표가 터뜨린 '개헌 봇물론'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정치권 전반의 문제의식과 김 대표 자신의 속내를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CBS가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응답자의 93%, 231명이 개헌에 찬성했다. 국회 개헌 정족수인 재적 국회의원 2/3를 훨씬 넘는 수준이다. 또 국회의원 정수의 절반이 넘는 152명이 '개헌추진모임'을 이미 구성해 활동해 오고 있다.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 과제인데 개헌론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므로 개헌 논의를 하지 말라고 봉쇄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극적으로 수용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제의 개편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 쪽이었다.

    물론 대통령으로서 입장은 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 기관이자 개헌의 1차적 관문인 국회의 압도적 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당연히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역대 국회의장은 거의 모두 현행 대통령제의 개편을 정치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말해 왔다.

    경제문제가 중요하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맞다. 그러나 올해뿐 아니라, 내년이나 어느 다른 해라고 경제 문제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를 빌미로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된 비생산적인 정치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민생 우선의 정치를 위해 더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과 리더십을 보면서 현행 대통령제 개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케 하는 면도 있다.

    사실 현행 대통령제의 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이미 많이 이뤄져 왔다. 18, 19대 국회에서는 개헌 관련 자문위를 가동해 개헌안까지 만들어 발표한 바 있다. 국민적 공론화의 확대만이 과제라 할 수 있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 개편에 초점을 둔 개헌이라면 그리 복잡한 블랙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바 87년 체제라고 하는 현행 대통령제의 취지는 대통령제 자체의 적합성보다는 직선제의 회복과 장기집권의 방지에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역대 국회의장이 시급한 정치개혁 과제라고 말하고, 여야 정당 지도부를 비롯한 국회의원의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편, 이제 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적어도 내년에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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