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의 시즌 첫 승을 이끈 박찬희 (사진 제공/KBL)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이 열린 날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단은 한 자리에 모여 TV로 단체 관람을 했다.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가 던진 마지막 슛이 빗나가고 한국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KGC인삼공사는 유재학호 못지 않게 기쁘고 들뜬 분위기였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오세근의 조기 전역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우승의 최대 수혜자로 손꼽힌다. 오세근은 빠르면 이달 안에 팀에 합류할 수 있다.
오세근이 제외하더라도 KGC인삼공사의 선수층은 결코 얇지 않다. 양희종과 박찬희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강병현과 최현민, 장민국 등 주축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그러나 시즌 전 분위기와는 달리 2014-2015시즌이 막을 올린 뒤 KGC인삼공사의 라커룸 분위기는 밝지 않았다. 개막 3연패 수렁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주 KCC로 떠난 김태술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박찬희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거웠다. 박찬희는 "부산 원정에서 패하고 나서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찬희는 "첫 2경기를 하면서 내 역할을 찾지 못해 헤멨다. 이후 패스를 많이 돌리고 상황 판단을 빨리 하려고 노력했다"며 "오세근이 오면 큰 힘이 되지만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간 다음에 합류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세근이만 기다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로 맞이한 시즌 4번째 경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18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개막 2연승으로 상승세에 올라있는 인천 전자랜드와 맞붙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팁오프를 앞두고 정신력이 경기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대가 안방에서 연패를 끊기 위해 사활을 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KGC인삼공사는 전자랜드를 79-65로 제압하고 3전4기 끝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3쿼터까지 팽팽하던 승부는 KGC인삼공사가 4쿼터 10분동안 전자랜드를 25-10으로 압도하면서 결판이 났다.
박찬희의 활약이 빛났다. 박찬희는 팀이 65-60으로 앞선 4쿼터 종료 5분 여를 남기고 3점슛을 꽂았고 이후 KGC인삼공사의 일방적인 공세가 펼쳐졌다. 전자랜드의 사기를 꺾는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박찬희는 17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에 스틸 3개를 보태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질문에 "에어볼 2개"라고 답하고 잠시 고개를 숙인 박찬희는 "그래도 중요한 슛을 성공시켜 기쁘다"며 웃었다.
이어 박찬희는 "오늘 연패를 끊었지만 라커룸 분위기가 마냥 기뻐하거나 들뜬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다, 더 집중하자고 선수들끼리 뭉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