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되고 누군 안 되고' 27일 LG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역전 결승 3점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응시하고 있는 넥센 윤석민(오른쪽)과 LG와 준플레이프 2차전에서 파울 홈런을 날린 NC 조영훈.(자료사진=넥센, NC)
조영훈(NC)은 빗나갔고, 윤석민(넥센)은 들어왔다. 같은 홈런성 타구였지만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하나는 파울이었고, 다른 하나는 홈런이었다. 승부를 갈랐던 장면들이었다.
넥센은 27일 목동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6-3 재역전승으로 서전을 장식했다.
무엇보다 윤석민의 결승포가 컸다. 윤석민은 2-3으로 뒤진 6회말 1사 2, 3루에서 대타로 나와 통렬한 역전 3점 홈런을 날렸다. 상대 두 번째 투수 정찬헌의 3구째 시속 145km 바깥쪽 높은 직구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단숨에 승부를 5-3으로 뒤집은 한방이었다.
사실 윤석민의 타구는 파울이 될 것처럼 보였다. 맞는 순간 담장을 넘길 것이 확실할 만큼 큰 타구였지만 우선상으로 휘어져 뻗었다. 파울 폴대 바깥쪽으로 벗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윤석민의 힘이 관성을 이겨냈다. 타구는 휘면서도 기어이 폴대 안쪽으로 들어와 관중석을 시원하게 맞고 튀었다. 비거리 110m 아치였다. 이 한방으로 넥센은 6-3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윤석민은 당연히 경기 MVP에 올랐다.
LG로서는 뼈아픈 일격이었다. 4회 스나이더의 1점 홈런 등으로 3-1까지 앞선 LG는 준PO에서 NC를 넘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던 상황이었다. 더욱이 1-1 동점이던 3회 무사 만루에서 이병규(7번)의 2루타가 나오고도 주루 플레이 실수로 더블 아웃을 당하며 1점만 내는 데 그친 LG로선 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준PO 때 폴대 덕 본 LG, PO에서는 눈물사실 LG는 NC와 준PO에서는 파울 폴대의 덕을 톡톡히 봤다. 1차전에서 1회 나온 최경철의 3점 홈런은 파울이 되는가 싶었지만 왼쪽 폴대 안쪽으로 살짝 들어왔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방이었다. 경기 후 최경철도 "파울 여부를 확인하느라 좀 늦게 뛰었다"고 할 정도였다.
2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LG는 3-0으로 앞선 6회말 아찔한 순간을 맛봤다. 무사 1루에서 상대 대타 조영훈의 큼직한 타구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간 것. 만약 홈런이라면 1점 차로 쫓겨 승부의 향방을 미궁으로 빠트리는 한방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영훈의 타구는 폴대를 살짝 바깥 쪽으로 비껴간 것으로 판정됐다. LG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었다. 이후 김경문 NC 감독은 "홈런이 되는 줄 알았는데 살짝 빗나가더라"며 아쉬움을 곱씹은 장면이기도 했다.
이후 조영훈이 안타를 때리긴 했지만 LG는 선발 우규민을 내리고 신재웅을 투입해 무실점으로 위기를 넘겼고, 결국 4-2로 이겼다. LG가 7회 2점을 낸 것을 감안하면 조영훈의 파울 홈런은 결정적이었다.
PO 1차전 뒤 윤석민도 인터뷰에서 "사실 파울이 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조영훈도, 윤석민도 충분한 힘이 실린 타구였다. 똑같이 6회 나온 대타였다. 그러나 조영훈은 왼손 타자고 윤석민 오른손 거포라는 점이 달랐다. 힘이 실려도 방향이 달랐다.
폴대를 비껴가고, 들어온 타구들. 그 종이 한 장만큼의 차이에 LG의 운명이 갈렸다. 조영훈과 윤석민의 타구는 LG 희비 쌍곡선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