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이야' 2011년 이후 내년 시즌 리매치를 펼치게 될 세 명장. 김성근 한화(왼쪽부터), 류중일 삼성, 김경문 NC 감독.(자료사진=삼성, 윤성호 기자)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72)이 한화 새 지휘봉을 잡는다. 프로야구 판도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한화는 25일 밤 김 감독과 계약금과 연봉 5억 원씩 3년 총 20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2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의 뒤를 이어 독수리 군단을 이끌게 됐다.
4년 만의 프로야구 1군 복귀다. 2007년부터 SK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은 2011시즌 중 경질된 뒤 프로야구 판을 떠나 있었다. 고양 원더스를 이끌며 2군 경기를 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독립 구단이었다.
벌써부터 야구계는 명장의 복귀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먼저 2007년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나선 뒤 7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한화 팬들은 선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김 감독이 이글스의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이 기존 사령탑들과 펼칠 치열한 승부가 2015시즌에 펼쳐질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감독 중에는 김 감독과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힌 인물들이 적잖아 흥미로운 대결이 예상된다.
▲승부사 야신, 야통과 진검 승부먼저 김 감독이 막강 삼성과 어떻게 승부를 펼칠지가 관심이다. 2011년 부임 후 정상을 수 년째 군림하고 있는 류중일 감독과 대결이다. 2011시즌 맞붙었지만 당시는 김 감독이 8월 물러나면서 진정한 승부를 가리진 못했다.
사실 삼성과 한화의 전력은 한 마디로 하늘과 땅 차이다. 삼성은 최근 4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과 3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끈 명실상부한 최강팀이다. 반면 한화는 2008년부터 순위가 5-8-8-7-8-9-9, 바닥권이었다. 최근 3년 연속 꼴찌였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타 공인 승부사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경기력으로 전력 외적인 결과를 종종 낸다. 2006년 6위에 그쳤던 SK를 2007년 단숨에 정규리그와 KS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1년 역시 시중 LG를 맡았고, 6위였던 LG를 이듬해 정규리그 4위와 KS 준우승을 거뒀다.
물론 현재 한화의 전력을 선수층이 두터웠던 당시 SK나 LG와 비교하긴 어렵다. 그러나 약팀의 체질 개선을 단기간에 이루는 데 정평이 나 있는 김 감독이라면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올림픽 金 감독과 4년 만의 라이벌 대결라이벌이었던 김경문 NC 감독과 재대결도 흥미롭다. 두 감독은 2000년대 후반 뜨겁게 쟁패하며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성근 감독은 SK 시절 두산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과 2007년, 08년 KS와 09년 플레이오프(PO)에서 격전을 펼쳤다.
특히 한 베이스를 더 뛰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등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두 김 감독이 배출해낸 선수들은 국가대표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정상 등의 빛나는 성과도 냈다.
다만 '양김(金) 시대'는 2011시즌 막을 내렸다. 두 감독 모두 2011시즌 도중 팀 지휘봉을 놓았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은 그러나 신생팀 NC를 맡아 지난해 1군 무대로 복귀했다. 내년 두 감독이 4년 만의 재대결이 성사되는 셈이다.
만약 김성근 감독이 부임 첫 시즌부터 가을야구를 노린다면 현실적으로 류중일 감독보다는 김경문 감독과 순위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스토브리그에서 전력 보강 등의 변수가 있겠지만 내년에도 한화는 선두권 전력으로는 분류되기 어렵다. 팀을 잘 정비한다면 올해 정규리그 3위의 신생팀 돌풍을 일으킨 NC와 중상위권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사제 대결과 '신구 사령탑' 경쟁제자들과 펼칠 사제 대결도 야구 팬들의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리틀 김성근'으로 불리는 양상문 LG 감독과 승부가 관심이다.
김 감독과 양 감독은 오랜 사제의 인연을 맺어왔다. 김 감독의 회고록에 따르면 둘은 1977년 고교대표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첫 인연을 맺은 뒤 1989~90년 태평양에서는 감독과 선수로 연을 이었다. 특히 2002년 LG에서는 감독과 투수코치로 KS 준우승을 합작했다.
양 감독은 지난 5월 김기태 감독의 사퇴 이후 LG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최하위로 처진 팀을 정비해 정규리그 4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탔다. NC와 준PO에서는 3승1패로 이기며 PO까지 진출시켜 지도력이 빛났다. 공교롭게도 PO 진출이 확정된 25일 김 감독의 한화행이 발표됐다.
양 감독은 준PO 기간 코치로 보필했던 김 감독과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투수 운용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에 양 감독은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 쪽에 가깝다"고 답했다.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뜻이다.
내년 1군 무대로 진출하는 신생팀 kt 조범현 감독도 김 감독과는 사제지간이다. 둘은 이미 지난 2009년 KS에서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다. 당시 KIA 사령탑이던 조 감독이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김 감독의 SK를 4승3패로 눌렀다. 조 감독 역시 2011시즌 뒤 KIA 지휘봉을 놓으면서 역시 내년 김 감독과 4년 만에 재대결을 펼치게 된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맞대결도 눈길을 끈다. 염 감독은 김 감독과 직접적인 연은 없다. 그러나 염 감독은 끊임업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지도자로 김 감독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김 감독이기에 둘이 어떤 대결을 펼칠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부터 넥센을 맡은 염 감독과 김 감독은 내년 처음 대결한다.
이밖에 김 감독은 김용희 SK 감독과는 16년 만의 대결을 펼친다. 김성근 감독은 쌍방울 시절 삼성 사령탑이던 김용희 감독과 1999년 맞붙은 바 있다. 지난 21일 SK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용희 감독은 "전 SK 사령탑이던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역시 21일 두산 새 사령탑에 오른 김태형 두산 감독과는 첫 대결이다. 과연 복귀한 야신이 어떤 명승부를 펼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