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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웠던 김경문의 악수, 그 의미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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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뜨거웠던 김경문의 악수, 그 의미는 달랐다

    [임종률의 스포츠레터]

    '달라진 달의 표정' 김경문 NC 감독은 올해 L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졌지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첫 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은 무산됐지만 미래를 봤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오른쪽 사진은 두산 사령탑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LG-NC의 준플레이오프가 막을 내렸습니다. 가을야구의 첫 시리즈는 정규리그 4위 LG의 3승1패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올해 꼴찌에서 포스트시즌(PS) 진출의 기적을 이룬 쌍둥이 군단의 기세가 무서웠습니다. LG는 27일부터 정규리그 2위 넥센과 플레이오프(PO)를 치러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놓고 격돌합니다.

    하지만 신생팀 NC의 선전도 잊어서는 안 될 부분입니다. 지난해 1군 무대를 밟은 NC는 올해 정규리그 3위로 2년 만에 첫 PS 진출을 이루며 신생팀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비록 경험 부족에 울었지만 값진 PS 첫 승도 올렸습니다.

    이 '공룡 군단'을 이끈 수장은 김경문 감독(56).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김 감독이 보인 의미 있는 변화가 NC의 미래를 더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연륜이 깊어진 만큼 유연함이 더해진 명장의 변화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6년 전 좌절 넘어 초탈과 희망의 악수

    NC의 3-11 대패로 끝난 준PO 4차전. 경기가 끝난 뒤 저는 기자회견실로 들어서는 김경문 감독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김 감독은 먼저 악수를 청하며 "올 한 해 고생 많았다"면서 "내년에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다시 가을야구에 도전하겠다"면서 밝은 얼굴이었습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후련함과 만족스러움이 더 크게 묻어나는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김 감독의 손에서 느껴지던 온도는 뜨거웠습니다. 불현듯 6년 전 김 감독과 나눴던 악수의 감촉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역시 뜨겁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성격은 사뭇 달랐습니다. 당시는 절망과 분노의 감촉이었다면 올해는 희망과 새 다짐의 느낌이랄까요?

    당시 두산을 이끌고 2008년 KS에 진출한 김 감독은 SK에 1승4패로 패권을 내줬습니다. 2007년 2승4패에 이어 두 번째 좌절. 먼저 시리즈 첫 승을 따내고도 2년 연속 머문 준우승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기운을 안고 부푼 기대감으로 나섰습니다. 시즌 중 9전 전승으로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은 일약 한국 야구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소속팀에서는 아쉽게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때도 잠실구장 기자회견실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회견장을 빠져나오던 김 감독은 악수를 나누면서 "뭐 어쩔 수 있겠느냐"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2008년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김 감독은 2009년과 2010년 PO에 나섰지만 각각 SK와 삼성에 2승3패로 밀렸습니다. 잇딴 실패 속에 김 감독은 2011시즌 도중 스스로 지휘봉을 놓고 말았습니다.

    ▲2014 가을야구에서 달라진 김경문 용병술

    이후 김 감독은 신생팀 NC의 창단 사령탑을 맡아 권토중래를 노렸습니다. 2012년 2군 리그에 이어 지난해 1군에 합류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습니다. 승률 4할1푼9리로 KIA, 한화를 제치고 7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더니 올해는 3위로 가을야구까지 나섰습니다.

    4년 만에 PS에 나선 김 감독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특유의 뚝심은 여전했지만 승부처에서는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았습니다. 한결 더 유연해진 용병술이었습니다.

    준PO 3차전에서 김 감독은 붙박이 1번 타자 2루수였던 박민우(21)를 경기 후반 교체했습니다. 2차전에서 9회 결정적인 수비 실책으로 쐐기점을 내준 데 대한 재발 방지책이었습니다. 당초 김 감독은 박민우에 대해 "실책을 했지만 팀의 대들보가 될 선수"라며 선발로 내보냈습니다.

    '고개 숙인 호시노, 뛰는 김경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김경문 감독(오른쪽)은 일본과 4강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호시노 센이치 감독(왼쪽)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특히 올림픽 예선에서 당한 아픔을 통쾌하게 설욕했다. 사진은 당시 4강전 모습.(자료사진)

     

    여기까지는 김 감독의 철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김 감독은 2007년과 08년 KS에서 승부처에서 잇딴 병살타를 때린 김현수(26, 두산)를 계속 기용했습니다. 결국 2008년 5차전 9회말에서도 병살타를 치며 시리즈를 내줬고, 김현수는 굵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런 아픔이 있었기에 김현수가 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아시안게임 등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 대표 타자로 거듭났다"고 했습니다.

    김 감독은 뚝심은 유명합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이승엽(38, 삼성)을 끝까지 4번 타자로 기용했습니다. 거센 반대 여론에도 꿈쩍않던 김 감독은 결국 이승엽이 일본과 4강전에서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보답을 받았습니다. 이승엽은 쿠바와 결승전에서 1회 결승 홈런을 뽑아내 김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습니다.

    (특히 김 감독은 일본의 호시노 센이치 감독에게 멋지게 설욕했습니다. 김 감독은 2007년 말 올림픽 예선에서 선발 명단을 바꿨다가 호시노 감독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호시노 감독은 본선에서 전승 우승을 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리그전은 물론 4강전에서도 패하면서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뚝심의 철학에 값진 변화를 더하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이 흘러 김 감독은 물러날 줄도 알았습니다. 4-2,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경기 후반 박민우를 빼고 베테랑 지석훈(30)을 투입했습니다. 결국 NC는 리드를 지켜내며 창단 첫 PS 승리를 거뒀습니다.

    김 감독도 변화를 인정합니다. 박민우 교체에 대해 두산 시절과 달라졌다는 말에 김 감독은 "왜? 그때는 고집을 부리다 졌으니까 이제 바뀌었다고?"라고 반문하며 슬며시 웃었습니다. (지난해 시즌 전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두산 시절 막판은 스스로 조급해서 경기를 놓친 적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NC로 오면서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어 "만약 3차전도 지면 시리즈가 끝나게 된다"면서 "그동안 고생해온 선수들과 프런트, 특히 성원해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1승이 절실했다"고 강조했습니다.

    4차전에서도 김 감독은 박민우 대신 지석훈을 먼저 내보냈습니다. 김 감독은 "3차전에서 박민우가 수비할 때 다리가 풀리더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박민우는 2차전 실책을 했지만 더 큰 승리를 더 많이 안길 것"이라며 믿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인 철학은 흔들리지 않은 셈입니다.

    '나도 많이 변했네' 경기 후 팬들의 성원에 모자를 벗어 답례하는 김경문 감독. 어느덧 하얗게 샌 반백의 머리가 눈에 띈다.(자룟사진=NC 다이노스)

     

    그러나 의미 있는 발전은 이뤘습니다. 김 감독은 SK와 치열하게 쟁패하던 때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빅볼을 추구하던 김 감독은 스몰볼의 대명사 김성근 당시 SK, 현 한화 신임 감독의 장점을 본받아 승부처에서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그런 김 감독에 대해 "두산 야구가 달라지고 있다"고 의미 있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경문 감독은 준PO를 마친 뒤 "선수들이 말로만 듣던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는 것이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즌은 끝나지만 늘 그렇듯 다시 준비해 더 강하게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NC의 첫 PS는 이렇게 끝났지만 내년에도 가을야구에 나선다면 분명히 올해와는 다를 겁니다. 김 감독의 변화가 그걸 말해줍니다.

    p.s-김 감독은 4차전에 앞서 더그아웃에서 취재진과 문답하던 중 한 베테랑 사진기자가 인사를 하자 모자를 벗어 답례했습니다. 새하얗게 멋들어진 기자의 백발에 보면서 문득 김 감독은 "나도 이제 머리 색이 많이 변했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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