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찰떡궁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 의원 전원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발의에 찬성하고 연금개혁에 대한 지지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아 연금개혁이 연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현행대로 방치할 경우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한구 의원은 27일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안 발표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공무원 연금기금을 도와주는 재정보증금을 이대로 놔두면 2080년까지 1278조원이 나가야 된다, 여기에 정부연금부담금, 공무원퇴직금까지 합치면 2037조원이 들어가야 한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27일 발표된 새누리당안으로 공무원연금을 개혁할 경우 같은 기간 정부지출액이 1680조원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 개혁이 성사될 경우 357조원의 예산이 절감된다는 얘기다.
정부예산을 절감하고 국민연금과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이 작용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은 반드시 추진돼야할 개혁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청와대는 개혁명분을 등에 업고 10월 초부터 공무원 연금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기 시작했다.
지난달 연금학회 주도의 공무원연금 토론회가 공무원노조 반발로 무산된 뒤 주춤하는 듯 하던 연금개혁추진은 ‘연내처리 방침’을 세운 지난 19일 당정청회의를 기점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청와대 의지도 강하지만 당이 개혁의 전면으로 나서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추진은 더욱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도 선거를 생각하면 못할 일이지만, 지금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심정으로 의기 투합해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개혁을 정부에 미루던 당이 나서면서 법 개정 절차도 일사천리다. 지난주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TF가동에 합의한데 이어 27일 새누리당 연금개혁안 확정, 28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당론발의까지 입법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공무원 연금 개혁은 늦어질수록 부담이 증가하고 현행 시스템 유지가 더 어려워진다”면서 “금년내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신속한 처리를 거듭 독려하고 나섰다.
당청이 연내 처리의 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여당 의원 전원이 법개정안에 서명한데다 새정치연합도 뚜렷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 올해안 연금개혁이 성사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새정치연합은 더내고 덜받고 늦게받는 내용을 뼈대로 한 새누리당 연금개혁안을 ‘상박하박안’이라고 비판하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4대 연금 전체를 놓고 개혁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힐 뿐 연금개혁 자체에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안규백 의원은 “공무원연금 뿐아니라 국민연금, 사학연금을 통틀어서 (개혁)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안’을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이해관계자의 종합적 의견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정국현안과 달리 다소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이 언젠가는 고쳐야할 개혁과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한편으로 강한 개혁 목소리를 낼 경우 공무원과 가족들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 개혁에 반대하기도 그렇다고 찬성하기도 어려운 처지라는 것이다. 굳이 발을 담궈 어려움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는 정서도 야당내에 작용하고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국면에서 주도권을 행사해 나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독자안도 없고 찬반도 분명치 않은 새정치연합의 애매한 스탠스를 두고 국가백년대계가 달린 문제에 국민이익보다는 정략적인 접근법 접근태도를 보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연말 공무원연금법 처리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인 공무원조직 반발도 연금개혁에 동조하는 여론에 밀려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급작스러운 개혁추진이란 비판이 많았지만 안팎으로 우호적인 여건이 형성돼 연금개혁 성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