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지속적으로 등록금을 올려온 대학들이 적립금의 30% 이상을 용도도 밝히지 않은 기타적립금으로 쌓아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지난 2009년까지 모두 6280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뒀다.
이 가운데 절반(42.73%)에 가까운 2683억 원은 용도를 공개하지 않은 기타적립금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 2월 공개한 '2009년 사립대학 용도별 적립금 현황'에 따르면 경희대(67.9%)와 중앙대(51.5%)등 서울과 수도권 일부 사립대는 누적적립금 중 절반 이상을 기타적립금으로 쌓아뒀고, 그 뒤를 국민대(49.2%), 서강대(40%), 고려대(35%)가 이었다.
이런 식으로 전국 133개 4년제 사립대가 쌓아둔 기타적립금이 2조4155억 원으로 전체 적립금의 34.8%을 차지한다.
참고로 장학적립금은 전체 적립금 중 8.76%(5954억 원)에 불과하고, 건축적립금은 46.05%(3조 2천억원)에 이른다.
사립대의 적립금은 연구적립금과 건축적립금, 장학적립금과 퇴직적립금 등 사업적 용도에 따라서 나뉘어 적립된다.
기타적립금은 연구와 건축 등 네 가지 범주를 제외한 용도에 사용하기 위한 돈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대학 측은 기타적립금이 '사용처를 특정하지 않은 기부금' 등이 모인 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와 교육단체전문가들은 '사용처가 공개되지 않아 대학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위험한 돈'으로 보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용도를 정하지 않은 기타적립금은 비교육적인 용도로 사용될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서인지 대학들은 적립금 운영내역의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넷 이형섭 활동가도 "투명하지 않은 적립금은 대학의 쌈짓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학은 적립금 운영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시민사회와 교육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기타적립금이 비교육적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며 대학들에 적립금 운영현황 공개를 촉구하고 있지만 대학과 교과부는 근거법령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특정한 목적(연구와 건축, 장학 등)이 정해지지 않고 기부금 등 돈이 대학에 들어왔다면 그 돈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사용하면 된다"며 "적립금이 많이(2조원) 쌓여있기 때문에 대학이 이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정부가 지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