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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친구이자 최근 야권의 잠재적인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4일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운명 같은 것이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 온 것 같다. 노무현 변호사를 만나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도 마치 정해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소회를 밝힌 문 이사장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내며 보고 느낀 참여정부 시절의 비화와 노 전 대통령을 둘러싼 이야기를 솔직하게 펼쳐냈다.
특히 대북송금 특검부터 검찰개혁, 한미-FTA, 남북정상회담 등 참여정부 시절의 뒷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녹여 시사점을 남겼다.
## 중수부 폐지 시기 놓쳐 아쉬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검찰개혁 부분이다.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다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역설적으로 정치 중립의 요구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중수부에서 대선자금 수사를 했는데 당시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검찰이 정원의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게 보장해 줬고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시작되면서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돼 결국에는 무산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하다.
문 이사장은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게 되면 마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면서 "그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검찰을 정치검찰로 만드는 데 가장 큰 작용을 하는 것이 대검 중수부"라며 중수부 폐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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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임했을 당시 민정수석실에 검찰과의 핫라인이 있었다는 것을 언급하며 "유일하게 검찰과의 전용회선이 민정수석실에 연결돼 있었는데 바로 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문 이사장은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보장해 주려 애썼던 노 대통령이 바로 그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며 아쉬움을 거듭 드러냈다.
## 盧 대통령 한미 FTA 장사꾼 강조.. 양보 카드도 안꺼내
문 이사장은 참여정부가 임기말 추진했던 한미 FTA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줄곧 '장사꾼 논리'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이익이 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국익에 배치되면 안해도 좋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중단해도 좋다"는 점을 대통령이 늘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은 협상단에 큰 힘을 실어줬다"며 "이런 기조때문에 우리 협상팀은 밀고 당기는 숨 가쁜 과정에서 일관되게 '오늘밤 미국 협상팀이 돌아가도 좋다. 우리는 답답한게 없다'는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심지어 협상이 깨질 상황을 대비해 준비한 양보 카드를 쓰지 않고도 협상을 매듭 지을 수 있었다"고 했다.
문 이사장은 "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을까 하는 선입견 때문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다"며 "우리가 교섭에 있어서 만큼은 미국에 주눅들지 않고 최대한 이익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민정수석을 두번했던 그는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 일로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 폐지 불발을 꼽았다. [BestNocut_R]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 시기에 진보 개혁진영의 전체적인 역량 부족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진다"고 아쉬워했다.
## DY 태도 지금도 이해안돼
책 후반부에서는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측근들을 직접 겨냥하며 비판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정동영 전 의장의 행보는 그분을 너무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의 회동을 언급하며 "그때 정 전 의장의 태도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줄 알았던 그는 탈당을 통보하고 만남이 끝나자 "도대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회동을 비밀에 부치기로 했는데 무슨 연유였는지 회동사실을 밝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지원을 건의했다는 일부 대화내용까지 털어놓았다"며 풀리지 않은 앙금을 내비쳤다.
##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꼼짝못해".. 정치 행보 시사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문 이사장은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금 우리는 다음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집권을 말하기 전에 진보 개혁 진영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하면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단순히 정권을 잡는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진보 개혁진영 전체의 힘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야권연대가 필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이사장은 "그의 서거조차 나를 다시 그의 길로 끌어냈다.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지만 나야말로 운명이다"며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책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