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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짬밥이 이렇게 변할지 상상도 못했어요"

    단호박죽·영양밥·오븐에 구운 햄버거 스테이크…
    공군 11전투비행단, 식재료를 자체 조달했더니…

    ㅈㅈㅈㅈㅈ

     

    "짬밥이라고요? 우리는 영양식이라고 불러요."

    대구의 공군 11전투비행단 소속 김대선(28) 병장은 매 끼니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9월에 전역하는 '말년병장'이라 군대 식단에 질려 끼니를 거르고 매점(BX)을 들락거릴 법도 하건만, 오히려 신병 때보다 식사시간이 더 기다려진단다.

    올해 비행단이 '급식 반(半)위탁'시범부대로 지정돼 쌀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부대가 자체 조달하면서 식탁이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김 병장은 26일 "집에서도 맛보기 쉽지 않은 단호박죽과 영양밥을 군에서 먹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며 "오븐에 구운 햄버거 스테이크도 인기 메뉴"라고 말했다.

    현행 규정상 병사 1인당 한끼 예산은 1,940원. 비행단은 병사 숫자만큼 예산을 받아 대구ㆍ경북지역 민간업체 간 경쟁 입찰을 통해 음식재료를 조달한다. 보급이 여의치 않은 격오지 부대에서는 흔하지만 대구 비행단처럼 대도시에 있는 군부대로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군은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각 지역의 육군 군수지원사령부가 관할 육ㆍ해ㆍ공군 부대에 유사한 식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부대마다 식단과 조리 방식이 사실상 판박이다 보니 병사들의 요구에 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급식을 책임지는 지원대대 운영반장 김만식(40) 상사는 "병사들이 한번 외면하는 음식은 다음에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공급받는 재료가 이미 정해져 있다 보니 메뉴를 다양화하는데 한계가 많았다"고 말했다.

    민간위탁 실시 후 식탁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였다.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시범 실시한 결과 급식 메뉴가 140개에서 342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병사 2,000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만족도는 기존의 40%에서 75%로 증가했고, 불만족 비율은 60%에서 5%로 급감했다. 'BX 이용횟수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응답은 93%에 달했다. 월평균 음식물 쓰레기도 23.3톤에서 10.2톤으로 57% 줄었다.

    메뉴가 다양해졌음에도 식재료 구입비용이 당초 예산보다 6.9% 줄었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 2,000만원으로 지난 달에는 갈비찜 잔치를 벌여 병사들이 포식을 하기도 했다.

    비결은 식재료 유통 과정의 거품을 걷어낸 데 있다.

    대규모로 농ㆍ수ㆍ축협을 통해 계약하는 기존의 중앙집중적 조달방식은 구입량이 많아 단가가 떨어져야 하지만, 수의계약인데다 주계약업체가 하청을 주면서 경매 같은 불필요한 단계가 끼어들어 비용이 오히려 상승한다.

    하지만 대구 비행단은 공급업체들이 산지 직거래 방식을 통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춰 질 좋은 재료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민간 조달업체들은 부대에 조리 명장을 파견하고 메뉴 다양화를 위한 컨설팅까지 도맡아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군수처장 정종근(44) 중령은 "과거에는 사흘에 한번씩 군 트럭이 경북 영천시에 있는 사령부에 가서 식재료를 받아 왔지만 지금은 업체에서 매일 아침 재료를 부대로 배달해 준다"며 "음식의 신선도 걱정을 덜고 수송비용까지 줄였다"고 말했다.

    비행단은 최근 이 같은 성공사례를 보고해 군 지휘부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급식을 포함한 병영생활 개선은 국방개혁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국방부의 중점 추진사안이다.

    비행단장 황성돈(52) 준장은 "맛있는 밥 한끼는 전투력과 사기의 근원"이라며 "급식의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김광수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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