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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의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사히 통과된 배경에는 민주당의 조건없는 협조가 있었다.
민주당은 이날 한나라당이 단독 소집한 본회의 참석을 거부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의외로 전폭 참여해 찬성표를 던졌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을 패키지로 처리하려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보기 드물게 야당이 한발 물러나 전폭적으로 협조를 하자 한나라당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과정에는 손학규 대표의 결단이 컸다.
본회의 직전에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팽팽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단상에 올라간 16명의 의원들 중 8:8로 찬반이 나뉘기도 했다.
찬성파들은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부해 공백이 생길 경우 민주당이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고, 오히려 한나라당 내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가 더 거세질 것이라며 본회의 참석을 주장했다.
반면, 이번에 양보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조 후보자 선출안을 답례로 찬성해줄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며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었다.
개회 시간이 임박하는데도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자 손학규 대표는 총대를 메고 "솔로몬 왕 앞에 자식을 내놓는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하자"며 본회의 참석을 밀어부쳤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상태에서 국회 정상화라는 대의를 보고 양보하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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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손 대표는 본회의에서 의사발언을 자청해 "헌법재판관 야당 몫은 정당정치의 골간"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을 정 오늘 처리하지 못하겠다면 조속한 시일 내 처리해달라"고 한나라당에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연설 중 고개를 끄덕였이고 '잘했어'라며 격려하기도 했다.
손 대표의 연설을 보고 조용환 후보자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는 여당 의원들도 나오는 등 긍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양보가 최종적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BestNocut_R]
한나라당에서는 여전히 보수층을 의식해 이념 논쟁에 휩싸인 조 후보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겉으로는 이념 성향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도 재야 변호사 출신 헌법재판관에 반대하는 민원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모 의원은 "한-EU FTA, KBS 수신료인상안 등에서도 당이 중심을 못잡고 어설프게 절충점을 찾았다가 우스운 꼴만 되지 않았느냐"며 "그렇게 당하고도 한나라당의 선의에 또 기댄다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라고 우려했다.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조용환 후보자를 구하기 위한 손 대표의 양보가 어떤 결론을 맺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