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소송 20조원, 모토롤라 인수1.5배
- 소송 비용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
- 특허 비용이 혁신 막아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
스마트폰 한대쯤은 본인이나 적어도 가족 중에 한 명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이라 하면 우리 기업인 삼성과 미국의 애플사죠. 이 거대한 두 기업이 언제부터인가는 앙숙이 되어서 맞소송 법정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디자인 도용이다, 특허침해다, 연일 으르렁거리고 있는데요. 지난주에는 삼성이 마이크로소프트와 연합해서 반애플 전선을 형성했다는 게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죠. IT기업들의 분쟁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뭘까요? 좀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IT전문가세요. 관동의대 융합의학과 교수 겸 IT융합연구소장입니다. 정지훈 소장 연결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
◇ 김현정> 애플과 삼성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 분쟁의 시작은 애플이 먼저 건 거죠?
◆ 정지훈> 네. 처음 시작은 애플이 삼성의 갤럭시S하고 갤럭시탭 등의 제품들이 애플의 디자인과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 이렇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때만 해도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처럼 강도 높은 소송은 아니었고, 거기다가 애플은 삼성의 가장 커다란 고객이기도 해서 애플이 삼성전자에게 경고장 정도를 던진 걸로 봤고,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겠냐고 예상을 했었는데요.
예상 밖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의 소송에 계속 물러나기만 하면 계속 당하기만 할 거라는 생각이 커지면서 맞소송이란 강수를 던졌어요. 여기에 애플이 더 강한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전자도 맞대응하고, 이것이 마치 눈덩이가 커지듯이 계속 악화만 됐고요. 심지어는 애플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CPU구매, 이런 것을 대만의 회사로 옮기는 등 삼성전자의 부품의존도를 낮추는 초강수를 던지기 시작했고요. 이렇게 되니까 삼성전자도 더 공격적인 대응을 할 수 있게 됐지 않습니까?
◇ 김현정> 지금 전체적인 흐름을 쭉 짚어주셨는데 하나하나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애플은 사실 명실상부한 스마트폰 업계의 1위 기업이었는데, 왜 1위 기업이 삼성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건가요?
◆ 정지훈> 처음에는 자신들이 가장 큰 고객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에게 '너무 가볍게 노골적으로 디자인을 베끼지 마라.' 이런 수준의 경고장을 던지는 수준이었어요.
◇ 김현정> 디자인을 비슷하게 표절하지 마라, 이런 건가요?
◆ 정지훈> 그런데 지속적으로 애플이 새로 내놓는 제품이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따라한다면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아성을 위협하지 않을까 우려해서 미리 예방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요. 아마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살짝 겁만 주려고 한 건가요?
◆ 정지훈> 일단 그 정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일단 어쨌든 명목은 디자인 표절이었는데 전문가들이 보기에 그 디자인을 어떻게 보세요? 일반인이 보기에 흡사하기는 하거든요?
◆ 정지훈> 사실 삼성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많이 도용한 건 사실이고요. 갤럭시S나 갤럭시탭 같은 경우에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지 않습니까? 핵심제품에서 유사한 면이 많으니까 삼성을 주된 타깃으로 삼지 않았나, 이렇게 보고요. 디자인에 대한 도용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의 많은 논란이 사실 있습니다.
◇ 김현정> 왜 그런 건가요, 그건 기준이 뭔가요?
◆ 정지훈> 그러니까 이게 좀 애매하죠. 특허제도나 대상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이게 나라별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 것 같고요. 독일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독일이 인정하는 편이라서 그런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말씀하신 대로라면 애플은 삼성이 겁을 먹고 움츠려들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도리어 삼성이 아주 강력한 맞소송을 했어요. 이렇게 맞대응한 삼성전자의 속내는 뭘까요?
◆ 정지훈> 일단 그 첫 번째, 기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데요. 고객이라고 해서 계속 봐 주면 지속적으로 양보를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원칙적인 부분이 있었을 것 같고요. 그 다음에 삼성전자가 통신부분의 특허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애플이 가지고 있지 못한 부분이거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어떤 건가요?
◆ 정지훈> 3G라고 흔히 얘기하는 칩 같은 것들이라든지, 그 안에 들어가는 가장 원리적인 부분에 대한 특허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어서요. 이런 부분 같은 경우에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부분들이 있죠.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수준의 특허는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특허분쟁이 장기화가 된다면 사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도 많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왜냐하면 최근에 특허분쟁이 한 회사, 두 회사 이렇게 서로 싸우는 수준이 아니고 여러 회사들이 합종연횡을 하면서 굉장히 복잡하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커다란 이익을 볼 것이라고 예상하기에는 그다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서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안드로이드 제조사들한테 로열티를 챙기면서 금전적으로 가장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자신들의 제품 경쟁력과 수익이 약화되면서 얻는 이익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사실 의문이죠.
◇ 김현정>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맞소송을 계속해서 법정 전쟁을 벌이는 게 피차간의 굉장히 안 좋은 상황으로 가는 거다, 그만 싸워라 이런 말씀처럼 들려요. 이게 변호사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면서요?
◆ 정지훈> 결과적으로 보면 특허분쟁을 통해서 주고받았을 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있겠죠. 조금 더 나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렇게까지 크게 낫지는 않을 텐데요.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은 기업이 투자를 하고 기업이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부분이거든요.
이건 결국 소비자들한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상황이 올해 들어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유명 블로거이자 저널리스트인 제프 자비스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요. 이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IT와 관련해서 특허 관련 소송이나 소송을 대비하기 위해 사용된 비용이 180억 달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하면 20조 원 정도 되거든요.
이렇게 엄청나게 막대한 돈이 결국 혁신을 하고 소비자들한테 이득으로 돌아가야 되는데, 그게 아니라 변호사들의 주머니나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위비 같은 형태로 들어간 셈이거든요. 소송 남발이나 지나치게 지키는 전략이 결국 모두에게 좋을 것은 없죠.
◇ 김현정>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할 때의 금액보다 더 많은 것 같은데요?
◆ 정지훈> 그렇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비용이 약 125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는데, 그보다 한 1.5배 정도 되는 비용이 올해 상반기에만 들어가게 된 셈이죠.
◇ 김현정> 애플과 삼성전에?
◆ 정지훈> 애플과 삼성전만은 아닙니다. IT 전반에 대한 건데요. 어쨌든 그렇게 따지더라도 이는 분명히 뭔가 잘못된 거죠.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특허가 있었는데요. 결국 이것을 기회비용으로 봐야 되는 이야기인데 어이없는 상황이죠. 과도한 특허 관련 비용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할 수 있겠고요.
그렇다고 이렇게 소송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결국 어떻게 보면 전 세계의 법정에서 특허 관련 소송이 남발되지 않도록 좀 더 엄격하게 힘에 관련한 판결이 내려져야 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어요.
◇ 김현정> 소송은 왜 전 세계 법정에서 따로 따로 진행이 됩니까? 한 군데에서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예요?
◆ 정지훈> 아직까지 전 세계가 동일하게 하는 법정이 있지는 않고요. 나라별로 조금씩 특성이 달라서요. 그러니까 기본적인 특허에 대한 인식들은 비슷하지만, 인식의 범위라든지 침해범위 같은 것을 결정하는 것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어느 법정에서는 삼성전자의 이 부분은 표절이라고 하는데, 또 저쪽 법정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나라마다 다 다른 거군요.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소송비용이 결국은 돌고 돌아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겠느냐 이 부분인데, 결국은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요?
◆ 정지훈> 그렇죠. 사실 최근에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해서 좀 더 다른 시각들이 나와야 되지 않느냐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특허권 제도라는 것이 과거보다 심각하게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데요. 이게 원래는 기술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거예요.
◇ 김현정> 기술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 특허는 소중하다 해서 만들어진 거잖아요?
◆ 정지훈> 그렇죠. 그런데 지금 보면 오히려 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응용여지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는 꼴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특허권이라는 것의 본래취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되려 권리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소송의 남발을 줄이도록 해야 IT시장의 과도한 진입장벽도 낮출 수가 있겠고요. 과하게 하는 어떤 기업들이 '아, 이렇게 해 봐야 별로 남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이렇게 만들어줘야 되는데 아직까지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 김현정> 특허권도 조금 느슨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이세요. 삼성과 애플이 벌이는 이 거대한 싸움은 어떻게 결말이 날 거라고 전문가들은 예상을 하세요?
◆ 정지훈> 일단 삼성전자가 MS 같은 경우에 일부 라이센스료를 지불하고 크로스 라이센스를 체결 했습니다.
◇ 김현정> 크로스 라이센스가 뭡니까?
◆ 정지훈> 서로 주고받는 거죠. 우리 것도 너희가 좀 쓰고 너희 것은 우리가 좀 쓰고, 그래서 연합을 하는 형태인데요. 애플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지금 독자적인 움직임을 좀 확보하려고 하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라고 구글의 운영체제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 많이 높아져서요. 지금까지는 구글하고 연합해서 애플과 싸운다는 그런 것들이 많았는데,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되니까 다소 관계가 소원해졌죠.
◇ 김현정> 구글하고 삼성의 관계도 애매해졌죠?
◆ 정지훈> 이 상태에서 삼성전자가 바다라는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데 이게 시장에서 그렇게 힘을 가지고 있는 상태는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MS하고 관계를 회복하면서 시장의 괜찮은 반응을 좀 얻을 수 있다면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좀 늦출 수 있다, 이런 것에 어떤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사실 전망이 참 어려운데요. 양측 모두 입장을 고려할 때 주고받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그렇게 커다란 이익을 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오래 가면 갈수록 상처 뿐인 승리가 될 것 같군요?
◆ 정지훈> 그렇죠.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주는 거고 우수한 제품을 내놓는 거고, 결국 서비스 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거든요. 그러니까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적당한 수준에서 서로 타협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이익이 되지 않을까 이런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