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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간판없는 언론사?…귀찮아서 안달았는데

    '나는 꼼수다'를 만든 딴지일보 사람들

    딴지편집장 김용석이 말하는 '나꼼수'
    우리에겐 일상적인 얘기…재미없었다

    "딴지 라디오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몇 해 전부터 있었다. 그러다 작년 말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는데 달갑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웠고 그거 해서 돈이 되겠냐 라는 의문이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 총수가 파일을 들고 왔다. 아마 내가 제일 먼저 들었을 것이다.

    솔직히 재미없었다. 평소에 사무실이나 식당에서 이야기하던 소재였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었다. 민망해서 한 보름 동안 올리지도 않았다.

    '나꼼수'의 성공과 '딴지'의 생존은 독자들 덕분이다. 독자들이 있었기에 쫄지 않을 수 있었다."

    ㄴㄷㄷㄷ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11월 22일 현재 29회까지 업데이트 된 '나꼼수'는 트렌드가 되었다. 얼마 전엔 언론노조에서 주는 21회 민주언론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폭발했다. '나꼼수'에서 공개한 '1억피부과' 등은 네거티브 공세에 주춤하던 야권 후보 측에 반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나꼼수' 4인방이 나타나는 곳은 여느 아이돌 스타가 출현한 현장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이 쓴 책들은 줄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그들의 언어는 유행어가 된다.

    하지만 '나꼼수' 언어의 진짜 원조는 따로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그것은 1998년 7월의 어느 날로 거슬러 가야한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 신문, 딴지일보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딴지일보를 찾았다.

    명동역에서 남산방면 오르막에 위치한 딴지일보는 간판도 없다.

    건물 아래서 보면 5층의 '딴지일보'는 보이지도 않는 일종의 '옥탑층'이다.

    대표를 제외한 전 직원이 4명. 한 때 50 명의 상근직원이 있었던 적도 있었지만, 여러차례 사세를 줄여 이사한 끝에 지난 봄 이곳으로 왔다.

    "간판? 그냥 귀찮아서 안 달았는데, 없는 편이 낫겟단 생각도 들어요. 가뜩이나 협박전화도 많이오고"

    지난 2004년부터 딴지일보 편집장인 너부리(39·본명 김용석)는 최근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40여 평 남짓의 공간은 어수선했다.

    길게 반으로 구분 된 한쪽은 반송된 물품들과 비품들이 회의탁자를 채웠고, 편집국 책상은 각종 비타민 음료와 캔맥주, 용량을 초과한 재떨이들이 편하게 널려 있었다.

    편집부국장 필독(31·본명 홍대선)은 통화중이었다.

    "너 그냥 오늘은 나오지 마라. 집에서 쉬어"

    이틀 전 한미FTA반대 시위에 나갔다 물대포를 맞고 몸살이 난 직원과의 통화였다. 그는 딴지일보 독자들에게 축구칼럼으로 유명하지만, 딱히 정해진 부서란 것이 없다.

    각자의 관심분야가 자연스럽게 출입처가 되는 셈이다. 딴지엔 상근 직원 외에도 20 여 명의 수뇌부가 있다.

    그들은 주식을 가진 주주도, 이사도, 직원도 아니지만 열성적인 필진이면서 딴지일보의 의사결정에도 참여한다. 말하자면 직원과 필진 간 구분이 없는 셈이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딴지일보의 편집방향과도 일치한다. 딴지 편집장은 "사람들이 우리를 좌파다 그러는데, 우리는 그런 건 관심없다. 다양한 의견을 준중할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해 온 일이다. 다만, 비교적 좌파 쪽의 이야기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정의하자면 '자유주의'가 '딴지'의 정체성이라는 편집장. 기사의 편집 방향도 '쉽고', '재미있게'가 우선이라고 밝힌다.

    입사 1개월 차. 신입 아,외로워(필명)의 책상엔 뜻밖의 서류가 있다. 조선일보에서 만든 방송사에서 보낸 공문이다.

    김어준 총수 섭외를 부탁하는 공문인데, 그간 딴지와 조선일보의 관계를 생각하면 의외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편집장이 만난 대표적 진보논객은 중앙일보의 원고청탁을 받고 씁쓸했다고 한다. '나꼼수' 비판에 진보논객을 이용해 보려는 '꼼수'였기 때문이었다.

    '나꼼수'의 인기는 '딴지일보'에게도 기회임이 분명하다. 지난 여름 이후 급격하게 나빠졌던 경영에 숨통을 틔워줬기 때문이다.

    '나꼼수'의 성공 이후, 티셔츠 판매와 콘서트 등으로 얻은 수익은 대부분 '나꼼수'를 위한 서버비용으로 쓴다고 한다.

    "최근 수익이 나고 있지만, 이후 들어갈 서버 비용을 생각하면 수익이라고 볼 수 없죠." 찾아간 날은 마침 딴지달력이 나오는 날이다.

    대부분 '나꼼수 달력'이라고 알고 있지만, 딴지에서 기획 제작한 '딴지달력'이다. 때문에 직원들에겐 바쁜 하루다.

    판매와 마케팅을 위해 따로 뛰어 다니는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가장 안쪽 구석이 딴지그룹의 총수 김어준의 자리다.

    넓은 책상엔 택배상자로 보이는 상자와 먼지만 있을 뿐, 사람이 다녀간 흔적은 없었다. 원래 외부 활동이 많았던 김총수는 최근 더 바빠져 출근이 뜸해졌다고 한다.

    '딴지일보'입장에선 섭섭해질 만도 하다. '나꼼수'의 성공이 오롯이 '나꼼수' 4인방의 역할로만 알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건 없다"는 편집장에게 최근 4인방 중에 한 명이라도 와서 밥 산적이 있냐고 하자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전 딴지일보 사업기획국장 '大口(필명)'는 딴지를 나온 후 딴지계좌를 인터넷에 올렸다.

    월급이 안 나와도, '나꼼수'서버 비용에 허리가 휘어도, 인터넷신문의 그 흔한 후원계좌도 공개하지 않는 '딴지'가 안타까웠던 그는 '딴지' 법인계좌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더 이상 딴지의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명랑과 재미 뒤에 우직한 감동이 있는 그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절대 쫄지 않는 그들이 있었기에 '나꼼수'도 가능했던 것이다.

    (기사에서 '딴지일보'와 '딴지'를 혼용했다. 정확하게는 딴지일보는 딴지그룹의 계열사다. 하지만 딴지그룹 그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문맥에 따라 적절히 혼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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