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식 9일 박선영 "탈북자 살려야"
- 문일현 "왕이-김하중 합의 있었다"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단식 9일째),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 (베이징 소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 가면 며칠째 단식농성중인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강제북송하려 하자 중국 측에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건데요. 탈북자의 강제북송 논란, 인권 차원에서 탈북자들을 구해야 된다는 데는 이의제기할 사람이 없겠죠. 그런데 방법에 있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조용히 풀어야 한다. 아니다, 국제적으로 공론화시켜야 된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먼저 단식농성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연결해 보겠습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 김현정> 오늘이 단식 며칠째시죠?
◆ 박선영> 오늘 9일, 아흐레 9일째에요. 말씀을 조금만 크게 해 주실래요? 제가 잘 안 들려요.
◇ 김현정> 지금 목소리에 아주 힘이 없으세요?
◆ 박선영> 네.
◇ 김현정>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잡힌 사람들을 다시 북송하는 문제, 이게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특별히 이번에 이렇게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시는 이유는 뭘까요?
◆ 박선영> 20년 동안 반복되었던 일인데요. 이번에 잡힌 분들 가운데는 과거하고는 조금 다른 양상이 있어요. 뭔가 하면 이번에 잡힌 사람들 중에는 부모가 한국에 있는 미성년자들 16, 17, 19살 된 청소년들이 있어요.
◇ 김현정> 미성년자들이요?
◆ 박선영> 우리 국적법상 부모가 한국인이면 당연히 한국인으로 보거든요. 물론 다른 탈북자들도 우리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의 기존의 판례에 따르면 북한 주민이 탈북을 하면 다른 입증 없이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본다고 하는 판례가 있지만, 이번에 잡힌 사람들은 부모가 한국에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을 정도로 명백한 한국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또다시 북송시켜서 이번이야말로 삼족을 멸하겠다고, 삼대를 멸하겠다고 하는 김정은 체제로 돌려보내면 딸이 한국에 있는 70대 노인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까지 해서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넣게 되는 거죠.
이건 이념이나 정치 체제나 이런 것을 뛰어넘어서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개, 돼지 죽음만도 못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 문제제기를 하게 된 거고요. 우리가 동물의 권리도 주장을 하고 소나 돼지를 잡을 때에도 가장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가장 위생적이고 이렇게 살육을 하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너무나 처참하게 고문하고 공개처형하고 정치범 수용소에 집어넣는 악순환은 이제는 제발 끊어야 된다는 마음에서 정말 절절하게 제가 이렇게 대로변에 나와서 단식을 하게 된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방법을 놓고는 좀 이견이 있습니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난민이 아니라 불법 월경자라고 공식적으로 개념을 짓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이득이 있겠는가.. 오히려 물밑에서 조용하게 외교를 펼치는 게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선영> 지금 말씀하신 것을 제가 뒷부분부터 한번 짚어볼게요. 조용한 외교가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그랬는데 조용한 외교를 해서 우리가 탈북자 분들을 몇 분이나 모시고 왔나요?
지금 대한민국에 2만 3000명의 탈북자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정말 극소수, 아마도 500명도 되지 않을 겁니다. 아주 극소수의 뭐라고 할까요. 국군포로나 국군포로가족, 그리고 일반 탈북자 아주 극소수, 0.5%도 되지 않는 사람들만 우리 탈북자들이 대사관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해서 들어가거나 뜀박질을 해서 뛰어 들어가거나 밤중에 담을 몰래 타고 넘어가서 들어간 이 사람들을 소극적으로 보냈을 뿐이고요.
지금도 3년을 넘게 우리 국군포로 가족이 우리 대사관 안에 있습니다. 이게 조용한 외교로 나온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나머지 2만 2500명의 사람들은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중국 대륙을 지나고 몽골,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러시아, 방콕 이렇게 거쳐서 대한민국으로 왔습니다. 오는 동안에 수 만 명이 죽었고요. 수 천 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정말 눈물겨운 이런 크로싱을 했는데 조용한 외교로 된다니 말이 안 되는 거고요.
지금 사회자분께서 처음에 말씀하신 중국은 이들을 불법 월경자로 본다고 하셨는데 탈북을 하는 순간은 불법 월경자겠죠, 말 그대로. 그러나 탈북하다가 잡힌 사람들은 말을 정확하게 하자면 탈북 과정에서 잡힌 게 아니라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도우미들을 앞세워서 한국에 오는 길을 찾아 나선 사람, 그 과정에서 잡힌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거기에 살려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비행기 갈아탈 때 트랜짓(transit) 한다고 그러죠. 한국으로 오기 위해서 그쪽을 건넌 것뿐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부분을 중국도 똑같지 생각을 해 줘야 말이 통하는 것인데 저는 이해합니다만, 과연 중국이 이 말을 알아듣고 움직일까?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오히려 탈북자들을 더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요?
◆ 박선영> 지금 제가 조용한 외교를 해서 0.5% 사람도 제대로 못 구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조용히 함으로써 더 좋겠다 라는 말씀은 성립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중국이 계속 말을 듣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느냐.. 이 말씀인데. 바로 그걸 고치기 위해서 제가 이렇게 제 목숨을 건 겁니다. 뭔가 하면 중국이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특별한 어떤 일을 해 달라고 제가 요구하는 게 아니에요.
중국은 이미 1951년 그러니까 60년도 훨씬 지난 세월에 국제난민협약이라는 걸 맺었고요. 그 다음에 80년대에 고문방지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니까 난민은 강제송환하면 안 됩니다.
그 다음에 강제송환 했을 경우에 고문을 받게 될 우려가 있으면 절대로 국제사회에서는 그 사람을 송환하면 안 된다는 것은 UN협약입니다. 중국은 UN안보리상임이사국 아닙니까? 단순히 200개 나라 중에 한 나라가 아니라 UN안보리의 상임이사국입니다. 그러면 UN이 정한 협약에 스스로 비준하고 가입하고 서명했으면 지켜야 하는 거 아닙니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지 한국 사람에 대해서 또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특별한 희생을 하라고 중국한테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 김현정> 지금 우리가 UN고위급 회의에서 이 얘기를 사상 처음으로 거론을 했는데요. 반기문 총장까지 나서야 될 문제라고 혹시 생각하십니까?
◆ 박선영> 저는 그러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금 앞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중국이 UN 각종 협약을 완전히 헌신짝처럼 버리고, 종잇조각 취급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라는 각성을 주기 위해서라도 반기문 총장께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서한도 드렸습니다, 반 총장님께.
그분은 이제 우리 민족의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러우실 수 있겠지만, 이건 한국과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 UN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반기문 총장께서 적극 나서서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의 골짜기로 몰아넣는 이런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박선영 의원님, 건강 조심하시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 박선영>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지금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9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박선영 의원을 먼저 만나봤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제 결국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 움직여야 되는 문제인데요. 중국 내부의 반응 한번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베이징 정법대에 있는 문일현 교수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중외교
◇ 김현정> 지금 한국에서는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강제북송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응은 어떤가요?
◆ 문일현> 중국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선 탈북자의 법적 지위 문제인데요. 탈북자의 대다수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국경을 넘어온 불법 월경자라는 것입니다. 정치적이나 종교적 이유로 박해를 받아서 국경을 넘은 난민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어온 생계형 불법입국자라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중국 국내법에 따라 그리고 중국과 북한 사이에 체결된 범죄인도협정에 의거해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는 것은 중국의 당연한 주권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 부분은 한국 정부와 오래 전에 합의를 본 사항인데, 한국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에 대해서 매우 섭섭하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섭섭하다. 자존심 상한다. 이런 반응인가 봐요?
◆ 문일현> 네, 중국 정부는 탈북자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 2002년 6월 왕위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김하중 한국대사 사이에 이뤄진 합의를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 김현정> 합의를 했다고요?
◆ 문일현> 네.
◇ 김현정> 어떤 합의입니까?
◆ 문일현> 그 합의는 왕김 합의라는 내용인데요. 그렇게 불리는 것인데요. 당시 상황을 조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2년 5월 탈북자 4명이 북경에 있는 한국 영사관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공안요원과 한국 공관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들 탈북자들이 중국 현행법을 위반한 현행범이기 때문에 전원 중국 측에 인계해 줄 것을 한국에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원하는 정치적 난민이기 때문에 인계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양국 간에 팽팽한 외교전이 벌어졌습니다.
◇ 김현정> 그랬었죠. 저도 기억납니다.
◆ 문일현> 그런 상황에서 양국 간 고위합의로 이뤄진 것인데요. 주된 내용은 한국 공관을 비롯한 외국 공관에 침입한 탈북자들은 일단 중국 측에 인계하고 중국 측은 이들을 북한으로 보내지 않고 대신 제3국 추방조치를 취함으로써 사실상 한국행을 용인한 것이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다른 대사관에 들어가는 것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우리가 터치 안 하겠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한국이 터치하지 마라.’ 그 당시에 합의내용이 이런 거였던 거죠?
◆ 문일현> 그렇죠. 외국 공관에 탈북자의 제3국행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보았거든요. 이 얘기는 NGO나 기타 단체들에 의한 기획망명은 용납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요. 그러면서 한중 양국 협의를 통해 조용히 처리한다고 합의를 한 것입니다.
◇ 김현정> 조용한 외교에 이미 합의를 했다. 그런 말씀이세요?
◆ 문일현> 조용히 처리한다는 것에 합의를 한 거죠.
◇ 김현정> 교수님은 “어차피 중국은 이미 그때 합의가 있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로 이 문제를 푸는 게 맞지 우리가 이렇게 떠들썩하게 해 봤자 중국이 움직이지 않을 거다.” 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앞에서 박선영 의원은 “조용한 외교해서 우리가 얼마나 구출했느냐..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지 않느냐? 이제는 조용한 외교가 아니라 나설 때다.” 이렇게 말씀하세요. 어떻게 보세요?
◆ 문일현> 네, 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습니다만, 중국은 외교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원칙을 대단히 중요시합니다. 중국은 탈북자가 난민이 아닌 이상 그들의 처리문제는 중국의 주권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중국에 압력을 가해서 중국의 입장을 변화시키려고 한다고 느낄 때인데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중국의 탈북자 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 저희의 시각입니다.
◇ 김현정> 우리가 아무리 난리를 치고 국제사회 UN 사무총장이 나서도 중국은 안 한다면 안 합니까? 그 스타일이 어때요?
◆ 문일현> 그렇습니다. 중국은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서 세 가지 원칙을 내리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치화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국제화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중국이 대외 문제를 처리하면서 상대국이나 국제적 압력에 불복하는 인상을 주면서 자국의 입장을 바꾸는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 김현정> 이 사안 말고 다른 사안에서도 전혀 없습니까?
◆ 문일현>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요. 오히려 한중 양국 간 외교가 이 문제로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개연성은 오히려 크다고 보여 집니다.
◇ 김현정> 교수님은 중국도 한국도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이 문제에 대한 현명한 해법, 현실적인 해법을 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거 생각해 오셨어요?
◆ 문일현> 저는 이전에 왕김 합의라고 불리는 합의내용에 대해서 전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인데요. 현실적으로 탈북자 문제를 현실적으로 풀어가려면 중국의 협조가 없이는 이 문제는 사실 풀기가 힘든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에다가 인권탄압국이라는 모자를 씌워가면서 중국을 압박을 해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는 큰 오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중국 사람들에 명분과 입장을 주면서 또 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면서 조용하게 문제를 푸는 것이 진정한 탈북자를 위한 문제해결방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거고요.
그 다음에 중국 사람들은 이 문제를 UN에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양국 간에 합의가 되어 있는 사항을 갑자기 문제를 제기해서 국제 문제에 올려서 중국에게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씌우려한다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홈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