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마친 후 귀빈식당을 나서고 있다. 윤창원기자
2015년도 예산안 처리의 절대 시한이 짧은데다 야당이 벌써부터 박근혜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송곳심사를 예고 하고 있어 올해도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與 법정 시한은 '황금률' …"경제 골든타임 지켜야"
여야는 올해부터 11월 30일까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 바로 본회의에 부의되는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의 적용을 받는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예산안의 법정 시한 처리에 '올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올해만큼은 제 때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은 올해가 국회선진화법의 첫 시행임을 강조하며, 올해 법정 시한 내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을 기본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야당에 으름장을 놨다. 박대출 대변인은 2일 브리핑을 통해 "12월 2일 예산안 처리 시한은 황금률"이라고도 주장했다.
지도부는 청와대의 '경제 살리기'에 제대로 된 보조를 맞추기 위해 예산안 처리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미 12월 2일 예산안 통과를 전제로 한 시간표까지 제시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각 상임위가 6일 오전까지예산안을 상정하고 13일까지 각 상임위가 예산안을 처리한 뒤 16일에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심사에 돌입해줄 것을 요청했다.
◈野 "충실한 심사 없이 예산안 통과는 불가"하지만 야당이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철두철미한 심사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여당의 시간표대로 예산 정국이 흘러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우선 새해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대통령 관심사업이라는 이유로 과다편성된 '창조 경제' 사업 등 불필요한 문제예산은 5조원 가량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핵심 사업을 정조준하는 것이어서 여야 간의 공방이 예상된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창조경제 관련 사업 관련해서도 이름만 '창조'이지, 내용적으로 '창조경제'인 것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은 여당이 법정 시한 준수를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회선진화법에서도 단서 규정으로 여야 합의에 따라 예외를 두는 조항이 있다"면서 "전후사정을 무시하고 시한 내 처리 목소리만 나오는 것은 심의 권한을 무력화 할 우려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예산 심사를 두고 12월 2일을 황금률처럼 여겨 기일을 맞추라는 요구와 그러다 보면 졸속심사가 된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간사 입장에서 시한 내 처리에 동의하지만 이것이 심의의 발목을 잡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의외의 복병 '예산 부수 법안'
정부의 새해 예산안 자체를 놓고도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내년 세입·세출과 관련된 예산 부수법안도 법정 시한 처리에 있어 숨은 복병으로 지적된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당정 간의 교감을 통해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 21개의 세법 관련 예산부수법의 명단을 확정, 이달 말까지 관련 법을 처리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특히 세수 1조 8천억원 가량 증가가 예상되는 담뱃세 인상 관련법을 예산부수법에 포함시켜 반드시 통과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예산안 자체보다 오히려 세법 개정안 심사에 주력해 박근혜정부의 호주머니 털기 증세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