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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빛의 시대 르네상스 환상 깨뜨리기

    예술·약탈 등 11가지 주제 통해 14세기 유럽역사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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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네상스의 어둠/도현신/생각비행

    서양의 중세는 암흑기로 불린다.

    '신의 뜻'에 따라 모든 일이 이뤄지다보니 전쟁, 마녀사냥, 종교재판 등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데다,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 과학, 예술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 암흑의 시대를 허문 것이 '르네상스'라고 배웠다.

    14~16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되살리려는 문화 혁신 운동으로 알려졌다.

    인간을 중세 종교의 속박에서 구함으로써 인간 중심 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새 책 '르네상스의 어둠'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르네상스의 가치를 180도 뒤집는다.

    이 책은 예술, 약탈, 해적, 전쟁, 흑사병, 종교개혁, 과학, 마녀, 노예, 제노사이드, 제국주의라는 11가지 열쇳말을 통해 14세기 중엽부 7세기까지 유럽의 역사를 꼼꼼히 살핀다.

    르네상스의 환상을 깨뜨리고 진짜 유럽의 역사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종교적 대립의 결정판은 1618년 시작되어 자그마치 30년간 유럽의 모든 국가가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뉘어 끔찍한 살육전을 벌인 30년 전쟁이었다. 1527년 벌어진 로마의 약탈이 몰고 온 파장은 이후 100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유럽의 역사를 크게 뒤흔들었다. (64쪽)'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때 유럽 전역에서는 전쟁과 살육이 그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문명이 르네상스에 미친 영향도 회화, 조각 등 예술 분야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이들 문명의 핵심인 민주정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특정 가문·왕권의 권력 독점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증거란다.

    그럼에도 르네상스가 '찬란한 이성의 시대'라고 불리게 된 데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서구 지식인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종교 자체를 적대시했다. 종교적인 맹신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미개하게 만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종교 대신 이성을 중시했으며 나중에는 이성 자체를 신 대신 숭배하기 시작했다. (251쪽)'

    비슷한 시기 아메리카 대륙, 인도, 동남아시아에 식민지를 세우던 영국, 프랑스 등 열강이 자국의 행위를 고대 그리스·로마의 제국 건설과 동일시하면서 정당화한 점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서로 얽히고설켜 중세를 암흑기로, 르네상스를 빛의 시대로 빚어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주장은 식민지 쟁탈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류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르네상스가 다시 평가돼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서구가 아닌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평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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