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은 우리 것' 4일부터 7전4승제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삼성 박한이, 안지만, 류중일 감독과 넥센 염경엽 감독, 강정호, 이택근(오른쪽부터)이 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필승을 다짐하며 우승컵에 손을 올려보이고 있다.(대구=삼성 라이온즈)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미디어데이가 열린 3일 대구시민체육관. 정규리그에 이어 KS 4연패를 노리는 최강 삼성과 막강 타선의 정규리그 2위 넥센이 4일부터 시작되는 7전4승제 시리즈에 앞서 입심 대결을 먼저 펼쳤다.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부잣집 삼성은 '가진 자의 여유'가 묻어나왔고, 창단 6년 만에 KS에 오른 넥센은 첫 도전의 패기와 지난해 실패의 절실함이 엿보였다.
삼성은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정규리그와 KS를 3년 연속 제패했다. 만약 올해 KS도 우승하면 전인미답의 4년 연속 통합 정상이다. 해태(현 KIA)는 지난 1986~89년 KS 4연패를 했지만 정규리그는 아니었다.
현대의 뒤를 이어 2008년 리그에 합류한 넥센은 지난해 처음 포스트시즌(PS)에 나섰다. 그러나 두산과 준플레이오프(PO)에서 2승3패로 밀려 분루를 삼켜야 했다. 올해 절치부심 창단 첫 KS에 진출했고, 내친 김에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한두 번 해보나?" 여유만만 삼성먼저 삼성은 자못 여유가 넘쳤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통합 4연패를 위해 정규리그 이후 보름여 동안 kt와 2번의 연습 경기, 또 자체 청백전 나름 준비 잘 했다"면서 "감동적인 명승부를 펼치겠다"고 특유의 거침없는 말투를 선보였다.
삼성 외야수 박한이도 "한국시리즈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큰 마음가짐은 없고 편안하게 즐기겠다"고 홀가분한 출사표를 던졌다. 박한이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KS 출전이 꼭 10번째다.
필승 불펜 안지만도 "매년 해왔듯이 준비를 잘 했고 약간의 긴장감도 돈다"면서도 "긴장감이 약간 있는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하고 (정규리그 우승의) 여세를 몰아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는 가을 타짜' 류중일 감독, 안지만, 박한이(왼쪽부터)가 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넥센과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대구=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자신감은 역시 풍부한 경험이다. 박한이는 "나도 사실 2001년 첫 KS 때는 손에 땀이 나서 공을 못 던질 정도로 긴장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긴장은 온데간데 없었다. 박한이는 지난해 타율 2할9푼2리 1홈런 6타점으로 KS 최우수선수에도 올랐다.
박한이는 "넥센과 LG의 PO를 보니 욕심을 내는 팀이 지더라"고 강조했다. "LG는 너무 잘 하려고 했고, 넥센은 차분하게 자기들의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베테랑다운 분석이었다. 이어 박한이는 "이번 KS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 실패 없다" 비장한 넥센반면 넥센의 KS 키워드는 절실함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2009년부터 캐치프레이즈가 '포 더 챔피언'(For the Champion)이었는데 올해에야 도전할 전력도 갖췄다"면서 "기회는 항상 오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절실한 야구를 해서 꼭 좋은 결과 맺을 것"이라고 자못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주장 이택근 역시 "정말 긴 시간 끝에 KS에 왔다"면서 "우리 팀에는 힘들었던 선수,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 있어 특별한 KS가 될 것 같고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간판 내야수 강정호도 "처음에 프로 왔을 때 이 팀에서 포스트시즌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지난해는 허무하게 끝나서 겨울에 독하게 훈련했고 올해는 정말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넥센 선수들은 사실 지난해 절실함 부족을 가을야구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둘은 "지난해는 긴장감을 덜기 위해 가을야구를 보너스 경기라 즐기면서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하지만 올해는 우승에 대한 갈망이 절실하다"고 다시금 힘주어 말했다.
'겁없이 덤빈다' 염경엽 넥센 감독, 강정호, 이택근(오른쪽부터)이 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을 상대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대구=삼성)
그렇다면 과연 넥센의 절실함이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박한이의 지적처럼 과욕이 경기를 그르치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넥센 선수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택근은 삼성이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준비를 했다는 말에 대해 "삼성이 경험 면에서 우위라면 우리는 겁없이 플레이로 맞서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여유와 약간의 긴장감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삼성과 절실함으로 중무장한 넥센. 과연 어느 팀이 최후에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