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 포스터. (JTBC 제공)
한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JTBC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의 운명은 안갯속에 있다.
광고 및 제작 협찬 기업들이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도 11월 내에 상정된다. 무엇보다 '비정상회담'을 향한 민심이 예전 같지가 않다.
지난 4일 방송된 '비정상회담'의 시청률은 4.63%(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0.78%P 하락했지만 여전히 4%대를 유지한 것.
이런 시청률은 JTBC가 '비정상회담'에 내린 특단의 조치와 무관하지 않다.
JTBC는 지난달 31일 책임 프로듀서 겸 연출자를 보직해임 및 경질하고, 프리랜서 음악감독과 계약을 파기했다.
책임 소지를 명확히 규명하자 날 선 여론도 어느 정도 온화해졌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자'는 폐지 반대론자들의 주장 역시 힘을 얻었다.
이쯤 되면 폐지론이 완전히 사그라들 것도 같은데 정작 여론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폐지 찬성론자들 사이에서는 '괘씸죄'가 추가된 형국이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과정에 있었다.
일본의 국가 '기미가요'가 지난달 27일 방송에서 울려 퍼진 후, 네티즌들은 꾸준히 폐지 운동을 전개해왔다.
폐지 찬성론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1회에도 '기미가요'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은 폐지 운동으로 들끓었다.
JTBC는 사과를 반복했지만 그 안에 '책임'은 빠져 있었다.
네티즌들은 처음부터 JTBC를 향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물었다. 그러나 JTBC는 몇 번의 사과를 하면서도 끝까지 그에 답하지 않았다.
그 사이 광고 및 제작 협찬사는 '비정상회담'에 등을 돌렸고, 한 포털사이트의 폐지 청원은 서명자가 1만 명을 넘겼다. JTBC는 이 시점에 이르러서야 '관계자 징계'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악화된 여론을 돌이키기에 이미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궁지에 몰려 결정한 '울며 겨자먹기식'의 조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폐지 운동을 무마시키기 위해 부랴부랴 행해진 조치로 여기며 씁쓸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폐지론의 열기를 식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JTBC의 사과는 끝까지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여론에 따라 사과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즉각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비정상회담'은 방송을 거듭하면서 종합편성채널 JT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급부상했다. 그 위상은 '기미가요'로 곤욕을 치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기의 주된 요인은 각국 외국인 청년들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한국말로 논하는 구성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와 전통, 문화에 대한 존중이 깔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