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과 1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에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역내 주요 국가들이 연쇄정상회담을 갖고 합종연횡을 모색한다.
베이징 에이펙 정상회의는 올해로 출범 25주년을 맞아 '아.태 동반자 관계를 통한 미래 구축'이라는 대주제로 열리지만 정상회의 자체보다 아.태 주요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양자정상회담에 나섬으로써 그 열기를 더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에이펙 기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지난 7월 방한에 이어 다섯번째 회담이다. 두 정상의 빈번한 만남은 한중 관계가 그만큼 심화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중간 최대 현안은 북한 핵문제와 한중 FTA 문제다. 우리측이 북한의 핵포기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하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3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FTA 타결을 선언할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한중 정상이 이미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선언했고,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에 이어 정상회담을 앞두고 6일에는 첫 장관급 회담에 착수하면서 막판 협상에 가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한.중 관계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자신들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가 선뜻 중국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갖지만, 날짜와 시간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지 못할 경우 오는 15일과 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기간에 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핵문제 등 한미간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에이펙 정상회담 개최국 답게 한국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미국과도 정상회담(12일)을 예정해 놓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비롯해 남중국해·동중국해 영유권 갈등, 북한 핵문제 등의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또 지난 4일 끝난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대외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은 아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 보다는 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더 높은 상태다.
한일 정상회담의 경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성의를 보이라는 박 대통령의 요구에 아베 총리가 화답하지 않음으로서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다.
중국 측도 중일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잔학행위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다시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에 영토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서는 중국이 에이펙 정상회의 주최국인 만큼 주요 이웃 국가가 회담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보니 비공식적인 약식회담이라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토통신은 6일 에이펙 정상회의 기간에 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면서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비공식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약식회담'쪽에 무게를 뒀다.
미.일 정상회담은 개최가 확정된 상태지만 한미 정상회담처럼 베이징에서 열리지 않고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