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FC서울 감독 (자료사진/노컷뉴스)
K리그 클래식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2014시즌 마지막 '슈퍼매치'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사회에 인정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
최용수 감독은 무엇을 인정하고 싶었을까. 첫 대상은 라이벌 수원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수원도 우리처럼 초반에는 불안한 공기가 있었지만 후반기에 반전을 이뤘다. 2등이라는 숫자가 말해준다. 공수의 균형이 좋고 신구 조화도 잘 이뤘다. 우리는 도전하는 자세다"라고 말했다.
상대를 인정했다. 자세를 낮추고 경기에 임했다. 자신감은 숨기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우리가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 해보니까 불리한 점을 안고 갔을 때 판세가 바뀌더라. 무슨 수학 공식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를 앞두고 "인생이라는 것은 주고 받는 것이다. 이번에는 눌러주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안방에서 열렸던 지난 '슈퍼매치'에서 패한 것을 앙갚음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뜻을 이뤘다. 서울은 후반 48분에 터진 고요한의 극적인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수원을 1-0으로 눌렀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유리한 여건은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은 올 시즌 변화무쌍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홈에서 진 빚을 갚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기뻐했다.
라이벌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은 수원을 인정했고 도전하는 자세로 나서 값진 승점 3을 따냈다.
최용수 감독이 경기 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또 하나의 대상이 있었다. 바로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이다.
서울은 지난 2일 전북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후반 추가시간에 카이오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졌다. 전북은 서울전 승리를 발판삼아 지난 8일 조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결과 못지 않게 최용수 감독을 아프게 한 것은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의 일침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한번도 쓰지 않았던 스리백 전술을 들고나와 서울을 당황케 했다. 안방에서조차 소극적인 공세로 나오는 서울로 하여금 거울로 비쳐보라는 의도였다.
최강희 감독은 "최용수 감독도 전북을 상대로 이렇게 답답한 적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서울이 홈 경기인데 적극적이지 않다면 오늘처럼 지루해질 것이다. 서울이 할 수 있는 건 킥과 백패스뿐이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일침을 날렸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후 이틀동안 집 밖을 못 나왔다"며 "좋은 지적을 받았고 그래야 나도 더 발전할 수 있다.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