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혀 미국과 중국의 역내 패권다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박 대통령은 11일 "중국이 제안한 아태자유무역지대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외곽의 휴양지인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 세션1에서 선도발언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태 지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역내의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가속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에 저는 진행 중인 여러 무역 자유화 노력이 지류라면 FTAAP는 큰 강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며 "이러한 자유화 노력들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그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FTAA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자는 경제협력 구상이다. 세계 주요 21개국으로 구성된 에이펙의 최종목표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시아의 새로운 강자 중국과 기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국인 미국의 각축이 경제로 표현되는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한국을 자신의 영향권에 두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FTAAP를 적극 지지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만큼 각별한 관심이 모일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이번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경도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을 일축했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한미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동시에 한중관계도 전략적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외교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중관계의 발전이 한미관계의 약화를 의미하거나 반대로 공고한 한미관계가 한중관계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두 강대국의 각축에서 어느 한 편을 일방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한중FTA타결로 인해 수출과 무역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더 기댈 수 밖에 없는 정세를 고려해 적절한 균형을 잡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FTAAP와 TPP를 패권대립 구도로 보기 보다는 자유무역지대 창출과 (미중) 지역간 화합 차원에서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중이 서로 우리를 끌어들이려 하는 만큼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김한권 지역연구센터장은 "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그래야 중국도 고리로써 한국의 역할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협상에서 더 전략적인 무게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