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고(故) 신해철의 발인식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신 씨의 부인 윤모 씨를 불러 조사했다.
11일 오후 4시간여에 걸친 조사를 마친 윤 씨는 이날 저녁 7시쯤 취재진 앞에서 "저희는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족으로서 일반인의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을 던졌을 뿐"이라며 "수술과 천공의 인과관계 등 전문적인 부분은 국과수나 의사협회, 수사기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또 "장협착수술 당시 추가로 이뤄진 수술이 어떤 수술이었고, 그에 대해 동의를 구했는지, 수술 후 환자 상태에 대한 원장님의 판단은 어떠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논란이 필요없는 강 원장님이 스스로 잘 아는 바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수는 용서할 수 있지만 사실관계에 대해 혹시라도 거짓이 있다면 그것은 고인과 유족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씨는 "아울러 제 남편의 죽음이 그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머물지 않고, 이번 일이 환자에게 너무 불리할 수 있는 의료소송제도와 우리나라 의료 체계 중 잘못된 제도나 관행이 있다면 개선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며 힘겹게 말을 마쳤다.
경찰은 이날 윤 씨를 상대로 신 씨 수술 당시부터 사망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씨는 지난달 "수술 후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병원 측 업무상 과실치사 가능성이 있으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경찰은 신 씨 시신을 부검 의뢰했고, 국과수는 "의인성 손상으로 보이는 장기 천공으로 신 씨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의 1차 부검 소견을 발표했다.
지난 9일 경찰은 신 씨의 장협착수술을 집도했던 강 원장을 불러 9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강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으로 부인했다.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맞섬에 따라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착된 위와 장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위벽이 약화돼 위벽강화수술을 했을 뿐 위축소수술을 하지 않았고, 수술동의서도 받았다'는 것이 강 원장 주장이다.{RELNEWS:right}
강 원장은 '금식을 지시하지 않아 신 씨가 음식을 먹었다'는 유족 측 주장도 "금식에 대해 분명히 설명했고, 2009, 2012, 2014년 3번의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신해철 씨도) 확실히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한 강 원장은 "통증을 느끼며 내원한 신 씨에게 적절한 검사와 조치를 취했고, 장 천공 역시 수술 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이후 발생했는데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