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대로 담뱃값을 2천원 올려도 흡연율 감소폭은 정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반대로 세금은 더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서민증세 논란을 의식해 금연효과를 부풀리고, 세수효과는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담뱃값 인상폭을 최종 결정할 국회에서도 논란이 확대되면서, 담뱃값을 정부 계획대로 2천원 인상하는 방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 담뱃값 오르면…①끊는다/ ②계속 핀다/ ③고민한다내년부터 담뱃값이 2천원 오른다면 어떻게 할까. 흡연자들에게 물어봤다. 의견은 ‘끊는다’, ‘계속 핀다’, ‘고민한다’ 이 3가지로 갈렸다.
30년째 흡연 중인 최모(50)씨는 “그동안 담배를 끊으려고 생각했는데 가격도 오른 김에 이제 정말 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0대 흡연자인 조모(32)씨는 “지금도 담배를 피우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냐”며 “끊으려고 한다면 지금도 끊을 이유는 백가지도 넘는데 굳이 가격 문제로 담배를 끊을 것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런가하면 상당수 흡연자들은 “끊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 대답했다. 일단 가격이 오르고 나면 금연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 의향에 대한 의견은 흡연자마다 이렇게 다양하다. 담뱃값이 오르면 얼마나 담배소비가 줄어들까하는 것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 바로 담배소비의 가격탄력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담배 가격에 따라 소비가 줄어드는 정도, 즉 가격탄력도를 0.425로 추정했다. 담뱃값이 10% 오르면 소비는 4.25%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기재부는 담뱃값을 2천원, 즉 현행(2,500원)보다 80% 인상하면 담배소비가 34% 줄어들고(80x0.425), 이에따라 세금수입은 연간 2조7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 예정처, “1천원 올려도 정부 예상 추가세수 가능”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실 제공 /노컷뉴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가 가격탄력도에 담배 중독성과 소득 등의 요소를 추가해 계산한 결과,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해도 담배소비는 20% 정도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는 적게 감소한 반면 세금은 올라 추가 세수는 연간 5조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예산정책처는 세금수입이 5조456억원이 더 걷힌다고 분석했다”며 “정부가 서민증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수효과는 줄이고, 금연효과를 부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도 앞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타바코 아틀라스(Tobacco Atlas) 2013년판을 비롯해 상당수 연구들이 우리나라의 담배 가격탄력도를 정부보다 낮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RELNEWS:right}
타바코 아틀라스는 한국이 담뱃값을 5천원으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담배소비는 15~20%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예상한 2조7천억원의 추가세수를 걷으려면 담뱃값을 1천원만 올려도 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흡연율 감소효과가 크게 높지 않은 마당에 굳이 담뱃값을 2천원까지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따라 최종적으로 담뱃값 인상폭을 결정하게 될 국회에서 담뱃값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담뱃값 2천원 인상이라는 정부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도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