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화났어요' 이상민 삼성 감독은 11월30일 오리온스와 홈 경기 패배 뒤 판정과 관련해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사진은 당시 경기 중 지시를 내리는 모습.(자료사진=KBL)
'초보 사령탑'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42)이 단단히 뿔이 났다. 판정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삼성은 11월 3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홈 경기에서 65-70으로 졌다. 9연패 뒤 2연승을 기대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경기"라고 운을 뗐다. 곧바로 상기된 표정으로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이후 비디오로 다시 볼 생각인데 4쿼터 3분 남을 때까지 오리온스는 파울이 없고 우리는 파울로 자유투만 8개 줬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삼성은 파울 21개, 오리온스는 17개를 범했다. 이 중 삼성은 4쿼터에만 8개였고, 오리온스는 4개로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오리온스는 4쿼터 자유투 10개를 얻어냈고, 삼성은 없었다. 이 중 오리온스는 8개를 성공시켜 8점을 냈다.
단순히 파울이 많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난해한 판정이 나온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골밑에서 심판이 콜을 불었으면 이해하겠지만 (보이는) 각도 나오지 않는 데서 불어제끼더라"며 강조했다.
감독이나 선수가 판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농구연맹(KBL) 상벌 규정에 따르면 KBL 또는 구단 비방 행위 시 50~300만 원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판정? 얘기하자면 한이 없다"이 감독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할 말은 해야겠다는 것이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이 감독이 오랫동안 프로 생활을 하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제재 규정에 대해 확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팀 분위기를 바꾸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삼성은 임동섭, 박재현 등의 부상으로 가동 인원이 넉넉하지 않아 최근 9연패 등 5승16패, 최하위로 처져 있다. 김준일 역시 독감에서 완전치 않은 몸으로 뛰고 있다. 사령탑 첫 시즌이라 이 감독이 다소 불리한 판정을 받는다는 느낌에 대한 항변의 뜻도 읽힌다.
이 감독은 휴식일인 1일 통화에서 "나도 선수를 오래 했기 때문에 심판들의 고충과 의도가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선수들이 정말 연패를 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난해한 판정이 나오면 힘이 빠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리오 라이온스는 상대 수비에 맞아 코가 부었는데 '왜 파울이 아니냐'고 물어본다"면서 "선수들을 대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왜?' 올 시즌 프로농구는 주장만이 심판 판정에 항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때문에 석연찮은 판정에 대해 감독들이 해명을 들을 기회가 없어졌다. 사진은 전창진 KT 감독(가운데)이 경기 중 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모습.(자료사진=KBL)
KBL은 올 시즌부터 심판에 대한 항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적용해 주장만이 공식 항의할 수 있다. 때문에 지난 시즌까지 흔하게 연출되던 감독과 심판의 실랑이는 보기 어렵다.
첫 시즌인 만큼 감독들이 아직 판정과 관련한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경기 후 이 감독의 발언을 전해들은 뒤 "얘기하자면 한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L 고위 관계자는 1일 "오늘 회의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논의를 했다"면서 "심판위원회에 상정해 판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 판정에 대한 항의를 제한한 만큼 내부 분석을 강화했다"면서 "경기 후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정위원회까지 회부해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심판들도 신중하게 판정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단 이 감독이 규정 위반을 한 만큼 재정위원회에 상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부터 경기인 출신이 맡은 만큼 판정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