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아 부사장 (자료사진)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의 기내 소동에 대해 변명을 앞세운 '부실'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파문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부사장의 부친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9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를 마치고 귀국했다.
조 부사장의 거취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대한항공은 전날 밤 늦게 배포한 사과문에서 조 부사장의 행태는 "지나친 행동"이라면서도 사건의 근본책임은 사무장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사무장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고,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채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기 때문에 '하기'(下機)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조 부사장이 직접 사과한 것도 아닌데다 사무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한 태도 때문에 진정성이 떨어지는 사과문이었다.
당장 대한항공조종사노동조합과 대한항공노동조합이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항공노조는 9일 성명을 내고 "회사는 조 부사장의 중대한 과실을 덮으려고 승무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면서 "조 부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홈페이지에도 다수의 조합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올려 경영진을 맹비난하고 있지만 현재 홈페이지는 어떤 이유에선지 폐쇄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조현아'가 이틀 연속 최상위 검색어로 회자될 만큼 사회적 관심과 비난여론이 비등하면서 시민단체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RELNEWS:right}참여연대는 9일 "대한항공의 이번 램프유턴사태는 항공기 안전마저 위협한 갑질 중의 갑질"이라며 오는 10일 조 부사장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조 부사장이 진솔한 사과를 통한 수습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가운데, 앞으로 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조양호 회장만 남게 됐다.
맏딸에 대한 인지상정과 냉철한 경영논리가 교차하는 쉽지 않은 결단이 그의 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