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자료사진)
대한항공이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에서 벌인 월권 의혹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8일 오후 늦게 배포한 사과문에서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下機)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건의 근본 책임은 사무장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조 부사장이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이유는 “최고 서비스와 안전을 추구해야 할 사무장이 담당 부사장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규정과 절차를 무시했다는 점,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다는 점” 때문이란 것이다.
지난 5일 새벽에 일어난 일을 나흘 가까이 지난 뒤에야 사과하면서도 ‘사무장의 변명과 거짓’ 탓이라고 변명해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과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의 행위의 월권 여부와 위법성 시비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은 해당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린 것은 기장의 조치에 따른 것이며, 대한항공 전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장이 비행기가 탑승교에서 이탈해 채 10m도 이동하지 않은 짧은 순간에 조 부사장과 어떤 협의를 했고 관제탑에 무슨 내용을 교신한 뒤 기체를 후진시켰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이 없다.
또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시 기내 서비스 등에 대한 점검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이것이 단순 모니터링 수준을 의미하는 것인지 또는 일정 수준의 지휘감독권한까지 의미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설령 지휘감독권한이 있다손 치더라도 조 부사장이 기내에서 고압적 태도로 언성을 높인 것은 폭언이나 고성방가를 금하는 항공법규 위반인 셈이 된다.
국적 항공기를 자신의 전용기 쯤으로 여기는 후진적 ‘전횡’에 외신들마저 조롱거리로 삼으면서 국격 손상과 함께 국민적 비난 여론이 뜨겁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도 감독관 4~5명을 대한항공에 보내 관계자 인터뷰 등 사실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토부는 일단, 조 부사장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항공기를 탑승교로 되돌린 기장의 조치가 항공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후 검찰수사로 넘어 갈 가능성도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사태는 국격에 관한 문제인 만큼 그냥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벌 3세인 조 부사장의 형태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은 만큼 국토부 조사를 지켜본 뒤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