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자료사진)
러시아가 내년 제2차세계대전 승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초청함에 따라 남북 정상의 조우 가능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는 내년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세계대선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러시아 측의 초청장을 받은 것은 맞다"며 그러나 "내년 일정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는 "초청장이 발송됐다"며 김정은 제1위원장도 승전 기념식에 초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이 러시아 측의 초청에 응한다면 최소한 기념식에서 조우할 가능성을 전망할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김 제1위원장의 참석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로 남북 정상이 만날 수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역대 북한 정상이 다자회의에 참석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김정은 시대 들어 소원해기는 했으나 중국을 제치고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중국의 대안으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려고 하는 점을 고려할 때 김 제1위원장의 전격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달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해 양국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도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을 희망하는 등 동북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지난 16일 하바로프스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난 2001년 러시아 방문을 기념하는 표지석을 세우는 등 북한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냉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 공격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가 오는 22일(현지시각) 북한 인권결의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성 참사를 통해 "해킹과 북한은 어떤 연관도 없으며, 전혀 언급할 만한 가치도 없다"고 대응했다.
북한은 또 20일자 노동신문을 통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를 "미국에 의해 강압 채택됐다"며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아울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공보에서 "남조선 당국의 대결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북남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처럼 남북한과 북미가 서로 대결의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남북정상의 조우 가능성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05년 전승 60주년 기념식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53개국 정상이 참석했으며 김정일 전 위원장은 초청을 받았으나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