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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설] 원전 사이버 공격에 무능한 정부

    • 2014-12-23 18:18
    (자료사진)

     

    일명 '원전반대그룹'이 23일 트위터를 통해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정보들을 또 다시 공개했다.

    이번에도 한수원을 조롱하는 글과 함께 4개의 파일, 원전 기술을 설명한 기사의 인터넷주소(URL)를 공개했다.

    4개의 압축파일에는 고리 1, 2호기와 월성 3, 4호기 관련 도면으로 보이는 그림파일과 신형 가압수형 원자로(APWR) 시뮬레이터, 원전 안전해석코드(SPACE) 관련 화면 캡쳐 파일이 담겨 있었다.

    안전해석코드는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산프로그램으로, 원전을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이다.

    한수원은 해당 자료들이 어떤 자료인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원전자료 공개는 지난 15일 첫 공개를 시작으로 일주일 사이에 다섯 번째로 이뤄진 것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파일만해도 다수의 도면을 비롯해 대략 27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 원전 내부자료를 빼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는 25일 크리스마스 전까지 원전 3곳의 가동을 중지하라고 협박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이 가지고 있다는 10만여 장의 자료 전부를 공개하고, 2차 파괴까지 하겠다고 위협했다.

    절대 보안을 장담하던 내부 서버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려 버린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정보유출의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해커가 경고한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응으로 일관해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는 증폭되고 있다.

    원전 내부 기밀자료가 외부로 유출돼 인터넷에 무방비로 공개되는데도 한수원은 "핵심 문서는 유출되지 않았다" "원전의 안전 가동에는 지장이 없다"는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했다.

    그동안 각종 사고나 납품비리에 대해 은폐와 무책임으로 일관하던 고질적인 관행이 이번 사이버 테러에서도 반복되는 것이다.

    수사 의뢰도 늦게 한데다 해킹세력의 실체는 물론 유출경로나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뒤늦게 내놓는 해명이 "원전 제어망은 폐쇄망으로 운영되도록 설계돼 있어 발전소 안전 운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말대로 폐쇄망은 100% 안전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되고,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원전 보안이 이렇게 허술하게 뚫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번 해킹은 도용한 아이디를 사용해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하고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좀비PC를 활용하는 등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해커 그룹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해커들은 스스로를 '원전반대그룹'이라고 밝히며 핵발전소를 반대하기 위해 이번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원전에 대한 공격은 어떠한 이유와 목적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수사당국은 무엇보다 신속하게 자료 유출 세력을 색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이들 자료가 더 확산되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해커들이 협박하는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이 기회에 한수원을 비롯한 국가 중요시설의 사이버 보안체계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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