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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주의 포기냐 정체성 고수냐…'주사파의 딜레마'



국회/정당

    종북주의 포기냐 정체성 고수냐…'주사파의 딜레마'

    '포스트 통진당'의 길 ③ '종북' 벗어나 새 노선 정립해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당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보복은 저 하나로 끝내달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정치권 개편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통진당 세력의 재건에 긍정적 외부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관건은 종북주의 노선의 탈피다. 진보정치권 내부 노선투쟁과 분열을 막고, 극우세력에 역공을 가할 기회를 얻으려면 종북 타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헌재 결정 이후 기반을 모조리 상실한 통진당 세력은 독자적 정치를 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CBS에 출연한 전직 의원들도 향후 정치일정이 막연한 상태임을 내비쳤다.

    오병윤 전 의원은 "당이 해산된 상태이기 때문에 별다른 활동계획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단지 의원직 박탈에 대해 법적·정치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이상규 전 의원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겠다. 재창당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진보정치활동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때 이들과 한솥밥을 먹었던 정의당의 한 관계자도 "그쪽에 있는 선배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었더니, '한동안 자숙하면서 지내야겠지' 하는 대답만 하더라. 새 활로를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진보정치권 재편에서 활로 모색

    이처럼 정체된 통진당 세력의 진로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독자적 재창당, 무소속 상태로의 연대, 제3정당 합류 등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가운데 다른 계열 진보세력과의 통합인 제3정당 합류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평가된다.

    독자적 재창당을 통한 세력화는 보수정권 등 '적대 세력'의 극심한 견제를 피할 수 없어 실효성이 낮다. 정당법 규정상 통진당 세력은 동일한 명칭으로, 또는 같거나 유사한 강령·기본정책으로 대체정당을 만들 수 없다. 명칭과 강령을 달리하는 정당은 만들 수 있지만, 인적구성을 유지하는 경우 '유사 정당'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있다.

    무소속 상태로 진보정치 세력과 연대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이상규(서울 관악을)·김미희(경기 성남 중원)·오병윤(광주 서구을) 전 국회의원은 당초 야권연대 덕에 당선됐기 때문에, 내년 4월 보선에서 '자력 생환' 가능성이 낮다. 출마 강행시 '야권 표 분산'과 '여당의 어부지리'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선거패배 책임론 역풍까지 맞을 수 있다.

    아울러 통진당 세력이 정의당 등 다른 진보정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에 흡수되는 시나리오도 가정해볼 수 있지만, 통진당과 다른 당의 현격한 노선 차이를 감안하면 양자간 통합은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대신 제3지대에서 여러 정파가 섞여 이견을 희석·절충하는 형식으로 새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구상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이 방안과 관련해 통진당 세력에 가장 친화된 기구는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원탁회의)다.

    함세웅 신부, 새정치민주연합 인재근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이 가담한 이 기구는 최근 비상회의를 열어 "통진당이 죽었으니 부활시키자. 친일파 척결, 유신잔당 척결, 분단세력 척결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의 연합전선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모임'(국민모임)도 새 진보정당의 건설을 주창한다. 서울대 김세균 전 교수, 명진 스님 등이 참여한 이 기구는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 계파와 소속을 넘어 연대·단결해 새롭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건설하자"고 촉구했다.

    ◈ 종북주의 노선 탈피해야 상생

    통합진보당에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지난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진보정치권 재편의 관건은 통진당 세력의 종북노선 수정 여부에 있다.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종북 문제 때문에 2차례나 통진당 세력과 갈라섰다. 노동당, 녹색당 등 원외 진보정당들도 종북주의에 반대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다르지 않다.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새 진보정당의 성립은 불가능하다.

    재야도 이 쟁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원탁회의 소속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비상회의 때 "왜 사람들이 (통진당 해산에 반대해) 광화문을 메우지 않았을까 깊은 반성을 하고 허물어진 진보 진영을 어떻게 재건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모임 소속 서울대 김세균 전 교수 역시 "통진당이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들의 노선에 찬성하지 않는다. 때문에 (통진당이 새 진보정당에 합류한다면) 노선을 잘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손호철 교수는 통진당 세력의 미래는 종북주의를 탈색한 새 노선의 정립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주사파'로 통하는 친북적 부분들을 교정하고 '21세기적인 NL(자주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단순한 반미주의가 아니라 국제금융자본, 투기자본 등의 횡포 같은 것에 대항하는 노선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NEWS:right}한편 보수주의자인 중앙대 이상돈 명예교수는 극우 세력의 도태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종북주의가 소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북주의 세력이 소멸하면, '주적'을 잃은 극단적 보수세력의 입지도 같이 축소한다"며 "하지만 반대의 경우 극단적 보수세력의 입지도 다시 확대될 것이다. 또 박근혜정부에서 마음이 떠난 유권자들마저도 야당에 투표하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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