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검찰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용한 혐의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법리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과 검찰의 합리적 판단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유상범 차장검사)은 지난 27일 2차 소환조사를 마친 조 전 비서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1월 정윤회 문건을 박지만 EG회장에게 전달하는 등 대통령기록물 17건을 외부로 유출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가 적용됐다. 조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실질 심사는 30일 오후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 측은 박지만 회장에게 6건의 문건을 건넨 적은 있지만 작성일지나 기록주체, 제목 등이 없는 쪽지형태의 문서라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조 전 비서관 측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고,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더라도 재판과정에서의 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 쟁점 1 :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는가?법조계에서도 어디까지를 대통령기록물로 볼 지, 공무상 비밀로 볼 지에 대한 의견은 양분된다.
우선 검찰 측의 논리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엄격한 법 적용'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국가적 업무가 결집되는 장소인 청와대에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던 중 알게 된 정보로 만들어진 문건이라면, 원본이건 일부 발췌본이건 상관 없이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전 비서관이 민정수석실 차원의 업무였다며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경 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정윤회 문건 등의 내용이) 국정에 보탬이 됐거나,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였다는 등 특정 목적이나 특정 관례가 부재한 상태에서의 유출은 사적 이익을 위해 유출한 것으로 추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 수준의 문건이라고 규정했듯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는다.
특히 작성자 이름과 기관의 직인 등이 찍힌 공문서 형태로 상부에 보고되는 공적인 문건이 아닌데 대통령기록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법 해석이라는 판단이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행정법) 교수는 "형법상 공문서 위조죄가 적용된 판례에서 봐도 공무원 이름으로 기관의 직인이 찍혀야 공문서 위조"라며 "청와대에서 대통령에게 업무 차원에서 공무원 신분으로 작성해 보고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인이 베끼거나 메모한 것까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쟁점 2 : 공무상 비밀인가 VS 가십인가검찰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한 부분도 논란거리다. 법조계에서 비밀을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알려지지 않은 사실'로 규정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비밀이 생성된 장이 청와대인 만큼 공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의견과, 내용에 방점을 두고 가치가 없는 가십거리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검찰 측의 의견에 동조하는 진영에서는 공직자의 업무 윤리상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이 허위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밝힌 가치 없는 내용을 비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정확한 물증 없이 논란의 여지가 많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현재 6건의 발췌본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수 건의 '공식' 문건이 박지만 회장 측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박관천 경정, 박지만 회장,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중간에 박 회장 측에 전달한 전모씨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식 문건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박관천 경정에게 동일하게 적용했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법원에 받아들여졌고, 박 경정은 구속됐다.
조 전 비서관의 주장대로 발췌본이라는 것이 반영될 지, 검찰 논리대로 공식문건으로서의 대통령기록물로 간주될 지 향후 법정에서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