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
영화 '국제시장'의 국기하강식 장면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감상평에 대해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의 장면은 덕수(황정민 분)가 '돈 벌러 베트남에 가겠다'며 아내 영자(김윤진 분)와 부부싸움을 하면서 시작된다.
마침 이 때 애국가 울리며 국기하강식이 시작된다. 부부는 일단 싸움을 멈추고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9일 '2014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국가배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 속 장면은 당시의 국가주의 문화를 풍자하거나 관객들의 웃음을 유도하기 위한 단순한 설정인데 대통령이 이를 과도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30일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영화를 보지 않은 것 같다"면서 "만일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그런 감상평은 나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영자의 경우, 주변에 있던 노인의 눈흘김에 마지못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가슴에 손을 얹는데 이를 애국심으로 연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화 국제시장 감상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결연하고도 애국적인 해석은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인 것이거나 아니면 비판적 풍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거꾸로 해석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법대 한인섭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Q: 부부싸움하는데 애국가 나오니 벌떡 일어서 경례하는 나라가 어디게? A: 그야 평양김씨공화국이지 뭐"라고 표현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부부싸움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리니 국기 배례하더라'는 '울다가도 순사 온다고 하니 뚝 그치더라'와 같은 말입니다. 이건 나라를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무서워하라는 말입니다"라며 "국민은 나라의 주권자이지 나라의 종이 아닙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미지 출처=아이엠피터 블로그
정치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는 "내 기억 속 국기하강식은 마치 얼음 땡처럼 내 몸을 마음대로 못 움직이게 하는 족쇄였다"면서 "벌써 30년이 넘은 이야기인데도 애국가와 애국심이 같다는 논리는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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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우리 아버지의 고단한 삶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일하면 땀 흘린 만큼 잘 사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산업화 성과'와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국제시장'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