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저 이제 좀 떠나도 되죠?'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은 지난 5일 시즌 전반기를 마치자마자 짬을 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사진은 지난해 농구 월드컵을 위해 출국하면서 방열 대한농구협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KBL)
해외 로밍 서비스 중이라는 통화연결음이 나왔다. 전반기를 마친 다음 날 곧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었다.
현재 한국 프로농구(KBL)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52)이다. 유 감독은 지난 5일 부산 kt와 '2014-2015 KCC 프로농구' 원정을 치른 뒤 6일 일찌감치 짐을 싸서 대한해협을 건넜다. 지인들과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홀가분한 마실(?)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2연패를 달성한 뒤에도 유 감독은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농구 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대표팀을 조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시즌 끝나고 가족들을 만나러 가지도 못했다"고 멋쩍게 웃었다. 유 감독은 학업을 위해 미주 지역으로 떠난 아내와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15년째 기러기 아빠다. 시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가족 상봉을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 뒤에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탓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반년을 꼬박 선수들을 가족 삼아 동고동락했다.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뒤에는 곧바로 시즌을 맞았고, 정신없이 일정을 치러왔다. 그런 유 감독이 모처럼 올스타 휴식기를 맞아 떠난 것이다.
▲그나마도 2~3일…후반기 위한 숨 고르기
'고생 끝에 낙이 오네요' 유재학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에도 휴식 없이 대표팀을 이끌고 농구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고된 일정을 소화했다. 뉴질랜드와 평가전(오른쪽)에서 적잖은 문제가 나왔지만 결국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게 됐다.(자료사진=황진환 기자, KBL)
그나마도 쉴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유 감독은 "올스타전 사령탑을 맡아 2~3일 정도밖에 시간이 없더라"고 말했다. 유 감독은 당장 오는 10, 11일 열리는 올스타전 첫날 이벤트로 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KBL 선발팀과 대결해야 한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가족과 해후도 생각해볼 법했지만 촉박했다. 가까운 일본으로 행선지를 정한 이유다.
이번 여행에서 유 감독은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게 됐다. 1년 넘게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농구를 잠시 잊고 숨통을 고르는 셈이다.
다행히 전반기 팀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막판 2연패를 당해 2위로 내려앉긴 했지만 25승8패 승률 7할5푼8리다. 1위 서울 SK와 승차도 0.5경기. 후반기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유 감독은 "시즌 직전 외국인 선수가 (로드 벤슨→아이라 클라크) 교체되는 등 팀이 어수선해 전반기는 4위 정도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잘 했다"고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후반기 키플레어는 함지훈과 이대성이다. 이동훈 모비스 사무국장은 "사실 전반기 양동근과 문태영의 출전 시간이 많아 지친 것은 사실"이라면서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함지훈과 이대성의 경기 체력이 올라와야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2013-2014시즌과 농구 월드컵,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4-2015시즌 전반기까지 쉼 없이 달려왔던 유재학 감독. 열심히 일한 당신은 좀 쉬어도 된다. 그러나 잠깐의 휴식 이후 들고올 만수(萬數)의 지략이 얼마나 더 날카롭게 가다듬어질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