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록 아무나 하는 게 아냐' kt 찰스 로드(오른쪽)는 5일 모비스와 홈 경기에서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왼쪽 사진은 KBL에서 마지막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러로 남아 있는 크리스 윌리엄스(당시 모비스)의 모습.(자료사진=KBL)
부산 kt의 '검은 강백호' 찰스 로드(30 · 203cm)가 아쉽게 대기록을 놓쳤다. 농구 선수로 평생 1번도 힘들다는 트리플더블을 2경기 연속 달성할 영광이 한 끗 차로 무산됐다.
로드는 5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와 홈 경기에서 13점 10도움 9리바운드로 아쉽게 트리블더블에 실패했다. 리바운드 1개만 더 추가했다면 득점, 리바운드, 도움, 블록슛, 가로채기 등에서 3개 부문 두 자릿수를 올리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로드는 지난 경기인 3일 서울 삼성과 홈 경기에서 이미 대기록을 작성했다. 21점 14리바운드 10블록슛으로 개인 통산 처음 트리블더블을 세웠다. 특히 블록슛이 포함된 것은 지난 2005년 2월18일 크리스 랭(당시 SK) 이후 약 10년 만이다.
만약 5일 경기에서도 트리블더블을 작성했다면 약 9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은 지난 2006년 이후 한국프로농구(KBL)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진기한 기록이 리바운드 1개가 모자라 무산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로드가 5일 모비스와 홈 경기에서 종료 1분54초 전 자신의 패스를 받아 3점슛을 성공시킨 조성민과 공중에서 몸을 부딪히며 도움 10개를 자축하고 있다.(부산=KBL)
상대 팀이 모비스라는 점이 공교롭다. 마지막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팀이기 때문이다. 2006년 모비스는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가 2월 5일 인천 전자랜드, 7일 서울 SK를 상대로 트리블더블을 작성했다. 각각 21점 19리바운드 13도움, 27점 13리바운드 10도움을 기록했다.
그 이전 기록도 모비스와 윌리엄스였다. 2005년 11월 23일 안양 KT&G(현 KGC인삼공사)와 26일 원주 동부를 상대로 작성했다. 2경기 각각 21점 16리바운드 11도움과 21점 10리바운드 12도움을 올렸다. 당시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 모두 윌리엄스와 함께 했던 때였다.
윌리엄스는 KBL 통산 8회 트리블더블(플레이오프 1회)로 주희정(SK), 리온 데릭스와 함께 역대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앨버트 화이트로 정규리그 10회(플레이오프 1회) 대기록을 작성했다.
만약 로드가 5일 리바운드 1개를 보탰다면 KBL 역사에 상대 구단이 모비스로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끝내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나한테 주라고' 로드(가운데)가 5일 모비스와 홈 경기 도중 윤여권, 김현수 등 동료들과 작전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부산=KBL)
로드도 대기록을 의식하고 각고의 노력을 보였다. 이날 종료 1분54초 전 조성민의 3점슛을 도우면서 어시스트 10개를 채운 로드는 이후 리바운드에 총력을 기울였다. 전창진 감독도 도움 10개가 되자 로드에게 리바운드 1개를 따내라고 고함치며 손짓했다.
하지만 하늘은 로드의 편이 아니었다. 국가대표 슈터 조성민이 자유투 2개를 일부러 놓치면서 기회를 줬다. 그러나 한번은 공이 로드의 손끝을 스쳐 지나쳤고, 마지막 기회는 상대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잽싸게 채갔다.
대기록을 의식하거나 의식하지 않았던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동료 이재도는 종료 47초 전 미들슛을 시도했다. 상대 선수 수비에도 던져 노 골이 될 만했지만 백보드를 맞고 깔끔하게 림을 갈랐다.
종료 36초 전이 더 아까웠다. 상대 라틀리프의 미들슛은 림을 튕기면서 흘러나올 법했다. 골밑에는 로드 혼자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공은 림과 백보드를 맞더니 림으로 빨려들어갔다.
결국 로드는 종료 16.8초 전 5반칙으로 퇴장당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팀이 모비스전 12연패를 끊은 데 만족해야 했다. 대기록은 인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