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배럴당 50달러 선이 7일 붕괴되는 등 지난해 6월 말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세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그러고도 유가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거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특정 의견에 대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의)다.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폭락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산유국들이 서로 상대가 먼저 쓰러지기를 기다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과 달리 수요 급감으로 발생했던 2008년 유가 폭락 사태 당시에는 오펙(OPEC·석유수출국기구)이 강력한 감산 대책을 벌여 유가를 반등시켰다.
2008년 7월 초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세는 그해 말 30달러대로 바닥을 찍었고 2009년 시작과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펙이 손을 놓고 있고, 국제 유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20달러로 유가가 떨어져도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등 오히려 유가 폭락을 부채질하는 분위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버티는 상황에서 다른 산유국들 역시 나서서 감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팀 이재형 과장은 "감산에 나서는 산유국은 무조건 손해를 더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재 상황이어서 일개 나라가 감산을 추진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국가가 감산을 하더라도 유가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시장점유율만 작아지기 때문에 오펙 차원의 결의 없이 섣불리 감산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가 폭락 치킨게임'에서 실제로 먼저 나가떨어지는 산유국이 나와야 유가 반등의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가 추락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국내 산업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물류와 항공 업계는 반색을 하고 있고 제조업체들도 수출 경쟁력 강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유가 하락이 재앙인 업체들도 있다. 미리 사들인 원유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해 천문학적인 재고 손실을 겪는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재고 평가 손실로 날린 금액만 무려 7000억 원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 악화 등 악재가 이미 오래전에 시작돼 기초체력이 거의 바닥 난 상태에서 유가 하락까지 덮쳐 '멘붕' 상태"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유가 하락이 제품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석유화학과 해양 원유 채굴 플랜트 수주가 급감하는 조선업계도 울상이다.
해외 건설의 중동 의존도가 높은 건설업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도 유가 폭락의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정유와 석유화학, 조선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다른 업종은 플러스 효과가 커서 국내 산업 전반에는 유가 하락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