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을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기록한 통산 타율 3할1푼2리, 홈런 309개. 기록만 봐도 충분히 명예의 전당 입성이 가능한 타자다. 게다가 지난 7일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고 꼽은 타자. 바로 에드가 마르티네즈다.
하지만 마르티네즈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27%의 득표율을 얻는데 그쳤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68.3으로 크레이그 비지오(65.1)보다 앞서지만, 지명타자라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마르티네즈는 "투표권을 가진 기자들 중 내셔널리그 담당은 내 모습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언젠가 세이버매트릭스가 나를 도와줄 시기가 오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 팀 동료 랜디 존슨이 마르티네즈에게 힘을 실어줬다.
존슨은 "9년 반을 함께 하면서 팀 동료로 마음을 연 첫 번째 선수다. 그리고 내가 본 가장 훌륭한 타자"라면서 "명예의 전당 타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마르티네즈는 내가 본 최고의 타자였다"고 말했다.
지명타자라는 포지션에서 마르티네즈는 최고였다. 1973년부터 만들어진 지명타자상을 5차례나 수상했고, 덕분에 상의 이름이 '에드가 마르티네즈 지명타자상'으로 바뀌었다. 한 마디로 타격에 관해서는 최고였다는 의미다.
존슨은 "마르티네즈를 아끼기에 지지한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고, 내 커리어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나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가장 먼저 마르티네즈를 찍겠다. 나는 지금 마르티네즈를 홍보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존슨의 또 다른 시애틀 동료였던 켄 그리피 주니어가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다. 존슨과 마찬가지로 첫 해 입성이 유력하다. 하지만 마르티네즈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특히 4년 이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하면 후보 자격이 끝나기에 더욱 간절하다. 올스타 7회,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2회, 그리고 통산 출루율 4할1푼8리로 메이저리그 역대 20위의 타자가 명예의 전당과 이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