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54·여)씨 (박종민기자)
검찰이 '통일토크콘서트'에서 북한여행 경험을 밝혀온 재미동포 신은미(54)씨를 강제출국시키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신씨의 강제출국을 법무부에 요청했고 법무부는 9일 신씨를 강제출국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는 지난해 전국 순회 토크 문화 콘서트에서 북한 체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해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이 행사를 함께 진행한 황선씨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은미씨를 강제출국시키기로 한 과정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재미동포인 신 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인터넷에 여행기를 연재했고, 이것을 책으로 펴낸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씨의 책을 우수도서로 선정했고, 통일부가 만든 다큐에 신씨가 출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한국기자협회와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시상하는 통일언론상 심사위원단은 신씨를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신씨가 연재한 북한여행기가 "평범한 아줌마의 시선으로 북한의 실상을 정서적으로 잘 보여줬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그런데 보수언론에서 신씨의 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콘서트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사정은 크게 바뀌었다.
심지어 지난달 10일 전북 익산의 성당에서 열린 행사에서 고등학생이 사제 폭발물을 터뜨리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더 놀라운 것은 보수단체가 테러행위를 한 고등학생에 대해 '열사'라고 추켜세우며 모금운동까지 벌였고 12월16일에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국청년'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황당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테러와 폭력행위를 옹호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씨의 책을 우수도서 목록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우수도서로 선정된 도서에 대해 선정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던 재미교포 여성의 북한 방문 경험담이 종북 딱지가 붙으면서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게 된 과정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심각하게 남아있는 레드 컴플렉스를 보여주고 있다.
신씨의 주장과 경험이 옳다고 판단하거나 공감을 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다.
탈북자가 경험한 지옥같은 북한이 있을수 있는 것처럼 여행자인 신은미씨가 단편적으로 경험한 북한이 있을 수 있다.
북한정권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만 보고 온 신씨의 여행담이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모습과 다르다고 해서 말하는 자유까지 뺏는 것은 곤란하다.
누군가 종북이라고 몰아부치면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토론이 설 자리를 잃게되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관용과 다양성의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가 후퇴하는 것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