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문건 파동의 배후'로 지목된 K와 Y는 김 대표 자신(K)과 유승민 의원(Y)을 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같은 '배후 지목' 행위를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당청간 마찰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13일 CBS와의 통화에서 "최근 새누리당 의원들의 식사자리에서 '문건 파동의 배후가 김무성·유승민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자가) '음종환이냐'고 묻기에 거짓말하기 싫어서 '그렇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배후설 유포자로 특정한 인사는 음종환 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이정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복수의 새누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 6일 김상민 의원 결혼식에 따른 의원들의 식사자리에서 배후설을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전했다.
이 전 비대위원이 음 행정관으로부터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발언을 들은 것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18일 만찬 자리에서였다. 이 자리에는 음 행정관과 손수조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 이 전 비대위원과 당 관계자들까지 5명 안팎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음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에게 "방송에서 비선실세 의혹 관련 비평을 하려면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면서 관련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전날 본회의장에서 사진기자에게 들킨 김 대표의 수첩에는 "문건 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힌다. 두고 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글이 적혔다. 글 상단에는 '이준석, 손수조, 음종환' 등이 적시돼 있었다. 김 대표는 "수첩 내용은 얼마 전 들었던 것을 메모해 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김 대표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즉각 측근들과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유 의원 역시 청와대에 항의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모두 "내용이 황당해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김 대표),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유 의원)면서 사태 확산을 자제하는 양상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해프닝으로 덮기로 했다. 편한 술자리에서 편한 얘기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 하는 식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석비서관들도 아닌 행정관들의 술자리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음해당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