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보이지 않은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겉으로는 수시로 만나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변 인사들 사이엔 냉기류가 싸늘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대표를 만나겠다고 말했고, 김 대표도 14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정기적으로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의 의도대로 대통령이 김 대표를 청와대로 부를까?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집권 여당의 김무성 대표를 단 한 번도 단독으로 만나지 않았으며 전화 통화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자신을 청와대로 부르지 않은 데 대해 상당히 서운해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석에서 "난 의리를 중시하는 정치인인데 왜 박 대통령은 나의 충심을 몰라주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김 대표를 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김 대표는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고 싶어한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김 대표의 전화를 잘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의 청와대 창구는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아닌 조윤선 정무수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의 배후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는 음종환 청와대 선임 행정관의 발언이 당청 간의 간극을 더 벌어지게 하고 있다.
음 행정관은 와전됐다며 해명했으나 파문이 확대되자 14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대표는 "문건 유출 음해가 기가 막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당청 간의 갈등을 우려해 확전을 자제했다.
음종환 행정관이 뚜렷한 증거도 없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문건 유출의 진원자라도 되는 양 거론한 것은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음종환 행정관과 문고리 권력이라는 3인방은 '십상시' 멤버로 알려져 있어 음 행정관의 인식은 바로 박 대통령 측근 세 명 비서관의 그것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고 있음은 여권의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친박 인사들은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장래가 없다는 말도 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대권의 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누군들 그런 꿈을 못 꾸겠느냐"고 말했다.
현재의 권력과 미래의 권력일 가능성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권 수뇌부, 당청 간의 갈등인 관계로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를 국정의 최우선 동반자로 인식하고 수시로 소통을 해야 하는 데 그럴 전망은 현재로선 별로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친박들의 김 대표 흔들기도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을 뿐 언제든지 불거질 것이다.
박세일 전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 인선을 놓고 김 대표가 한 발을 빼 평온한 모습이지, 다시 강행한다면 한바탕 싸움이 날 것이다.
김 대표가 "당 평화를 깰 생각이 없다"고 말해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보류할 뜻을 시사했다.
김 대표가 만약 공무원연금 개혁법안을 오는 4월 내에 처리하고 당무, 특히 내년 공천권의 상당 부분을 청와대로 넘기면 당청관계가 원만하게 굴러갈 것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결국은 공천권과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에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는 것인데 김 대표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정치를 한다든가, 청와대를 향해 제목소리(바른 소리)를 낼 경우 골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의 공천권과 관련해 김 대표는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오픈프라이머리)는 원칙을 바꿀 의향이 없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의 이런 냉기류에 당내 소장파와 비박계, 특히 친이계가 가세해 김무성 대표 편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
14일 최고중진회의에서 이재오 의원과 심재철 의원이 청와대를 공격하고 나서고 이정현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을 변호하며 이들과 설전을 벌인 것이 한 단면이다.
양 진영은 올해 중반기부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 첨예한 대립각을 세울 것이다.
친박계가 김무성 대표에 맞설만한 다른 대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도 친박과 김 대표의 권력 암투를 연상시킨다.
정치란, 권력이란 원래 권력투쟁을 먹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