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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관공서의 횡포"… 주민 내쫓는 공익사업?

     

    건물주가 계약 기간 중 갑자기 집이나 상가를 비우라고 한다면? 현행법에 따르면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이주비와 일정 부분의 영업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 세입자의 일방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공서가 공익사업임을 들어 계약 기간 중임에도 세입자들에게 일방적인 퇴거를 요구한다면?

    ▲ 엄동설한에 무조건 집 비우라는 대전시 = "이 엄동설한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집을 나가라는 건 횡포 아닌가요? 그것도 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관공서가 앞장서 주민들을 몰아내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요?"

    대전시가 대부 계약을 통해 정당한 점용권과 사용권을 갖고 있는 주민 38세대에게 일방적인 퇴거를 요구해 강한 불만을 사고 있다.

    대전시는 중구 오류동 157번지의 주거 28세대와 상가 10세대 등 모두 38세대에게 오는 30일까지 건물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다.

    주거 이전비 등 이주대책도,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도 없는 요구였는데, 대전시는 해당 기간 동안 건물을 비우지 않을 경우 명도 소송에 나서겠다는 으름장도 함께 전달했다.

    ▲ 대부계약 기간 중인데… 나라가고? = 해당 지역 주민들은 대전 중구청과 대부계약을 맺고 있다. 1차 대부계약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2차 대부계약 기간은 2012년부터 2016년 12월까지다.

    대전시의 퇴거 명령이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 대부 계약이 진행되는 시점이었다. 일정한 금액을 납부하며 토지와 건물의 점용권과 사용권을 정당하게 확보하고 있는 주민들이었지만, 대전시는 이와 상관없이 퇴거를 요구한 셈이다.

    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기간 중 퇴거 요구의 경우 건물주가 주거 이전비용 등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대전시는 '시유지 공익사업'임을 들어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물론 임대차보호법과 공익사업법은 적용 범위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 하지만, 집에서 쫓겨나는 '현실'은 같다.

    대전 도시재생연대 오훈 운영위원은 "사업 시행 고시 시점인 2012년 11월의 상황은 이 곳 38세대 주민들이 대전시로부터 합법적으로 점유권과 사용권을 확보하고 있었던 때"라며 "공익사업법에 따르면 손실 보상과 이주 보상 등의 주거지원비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 주민 내쫓는 게 공익사업? = 대전시는 해당 부지에 순환형 임대주택을 건립할 계획이다.

    순환형 임대주택은 도시 재생 사업 과정에서 집을 떠나야 하는 주민들에게 일정 기간 생활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의 공익(公益)사업.

    대전시는 이번 사업이 시가 소유한 부지와 건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익사업임을 들어 주민들에게 이전비와 보상비 등을 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익을 위한다는 사업 때문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일방적인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곳 사람들은 시민도 아니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의 불만은 대전시 측의 말 바꾸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열린 첫 주민설명회 당시 대전시 측이 주거 이전비와 영업 손실 보상 등 세대당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이주대책을 제시했다가 최근 이를 철회했기 때문.

    대전시 관계자 역시 "당시 이주대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계약서 등에) 보상을 명시한 것이 아니고 다만 검토를 하겠다고 한 것일 뿐"이라며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변호사 등의 자문에 따라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 위원은 "대전시 측이 공익사업법을 너무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심지어 시유지 혹은 국유지의 사업 과정에서 점용이 불법인 경우에도 손실을 보상해 준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오 위원은 "국토법 등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른 법률을 준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공익사업도 또 주민들도 모두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게 관공서의 의무 아니냐"고 덧붙였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사무처장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전시 측은 "추운 겨울에 꼭 집을 비우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기회를 더 줄 수 있는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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