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률이 0.4%로 추락했다. 당초 1% 예상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충격적인 수준이다.
수출과 내수가 부진한데다 세수부족에 따른 정부지출이 축소됐기 때문이란 것이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그러나 4분기 성장률에는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이 함축돼 있다. 지난해 4분기는 정부의 의욕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추진된 때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 재정 11조7천억원과 한국은행, 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29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은은 8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며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힘을 실어주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거시경제정책이 동원할 수 있는 재정과 금리의 수단을 총동원한 셈이다.
그런데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4분기 성장률은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무색케 할 만큼 저조했다. 세월호 참사로 0.5%까지 떨어진 성장률은 4분기 0.9%까지 상승하며 잠시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4분기에 오히려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이다.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 정책은 세수부족으로 정부 곳간이 비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감소하면서 건설투자는 9.2% 감소하고 정부소비도 0.5% 증가에 그쳤다.
돈이 없으니 예산을 제대로 집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세수부족은 1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결국 불용예산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지며 국가재정이 취약한 상황에서 증세나 국채 발행 등으로 빚을 내지 않는 이상 재정확대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재정과 함께 경기부양의 양대 축인 기준금리 인하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재정과 달리 금리인하의 실물경제 효과는 6개월 정도 후행하는 속성이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금리인하 이후의 경제 흐름을 보면 가계부채 급증 등의 부작용에 비해 투자나 소비 등에서 기대하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 연 2%까지 떨어졌다.
{RELNEWS:right}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실상 거의 바닥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만큼 인하 여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다.
결국,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재정과 통화를 수단으로 하는 거시경제정책의 효과 즉 ‘경기대응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적자재정을 편성하고 금리 인하를 계속 한다면 일본과 같은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경기부양에서 구조개혁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하고, 이주열 한은총재가 금리 추가인하에 부정적인 듯한 언급을 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