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용돈벌이에 나선 학생들을 노리는 아르바이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재택근무', '단기간 고수익' 등을 빌미로 미성년자까지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잦아 주의가 요망된다.
2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인천 모 고교 2학년생 A(18)양은 이달 9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백화점 납품용 쇼핑백 접기'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친구들이 "간편하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모집 공고를 보여줬고, 용돈이 부족했던 A양은 공고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업체 측은 "월요일에 종이쇼핑백 재료를 가져다주고, 금요일 오후에 완성품을 받아간다"면서 "하루 4∼5시간 정도만 일하면 매주 27만5천원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는 일시적으로 손이 딸려 비교적 높은 임금에 급히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것이어서 한 달 이상은 일할 수 없다고도 했다.
업체는 "약속한 날 제품을 주지 않고 잠적하면 곤란하다"면서 체크카드를 신규 개설해 내도록 했다.
하지만 이것은 순진한 학생들의 등을 치려는 거짓말에 불과했다.
사기꾼들은 이력서를 빙자해 A양과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빼냈고, 체크카드도 가로채 잠적했다.
체크카드를 수령한 퀵서비스 기사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물건을 서울 시내 어느 건물의 우편함에 넣어두라고만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A양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지원한 지 일주일째인 이달 16일 은행으로부터 본인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돼 금융거래 제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A양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 계좌에 수십, 수백만원이 입출금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액이거나 미리 빼낸 본인 개인정보로 대출한 사채인 경우가 대다수다.
한 대형 구인구직 사이트의 사기피해 게시판에는 A양과 같은 수법으로 피해를 보았다는 제보가 하루에도 10여건씩 올라오고 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한다는 한 피해자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실 어머니께 힘이 되려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당했다"면서 "체크카드를 주는 것이 불법인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카드를 넘기지 않았지만 이력서를 통해 주민번호와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송두리째 유출된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체크카드 양도 자체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어서 A양 등도 불구속 입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기는 어린 학생들을 형사 사건과 소송 등에 휘말리게 하는 악질 범죄"라면서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체크카드나 계좌번호 등을 요구하는 업체는 사기꾼일 개연성이 높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