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부지앞 행정대집행에 맞서 강정주민 등이 망루위에 올라가 저항하고 있다. (이인 기자/제주CBS)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또다시 충돌이 빚어졌지만 마무리는 대화로 풀었다.
31일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에 있는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장 앞은 하루종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용역 100여명을 동원해 행정대집행을 시작했다.
강정주민과 반대활동가들이 설치한 천막과 차량을 철거하기 위해서다.
경찰도 8개 중대 750여명을 동원해 주변을 에워쌌다.
반대측 역시 100여명이 농성장에 모여 강제철거를 막았다.
주민들은 이미 전날 밤부터 농성장 주변에 나무로 바리케이드를 쌓았고 5m 높이의 망루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 등은 망루에 올라가 쇠사슬을 몸에 묶고 버텼다.
농성장을 철거하려는 국방부와 이를 막으려는 강정주민, 이때문에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민 3명과 용역 1명이 다쳤다.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부지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이 31일 철거되고 있다.
나무 바리케이드와 천막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상자들이다.
또 강정마을 소유의 소형버스 안과 지붕위에 있던 반대측 관계자 10여명은 그대로 경찰에 연행됐다.
그러나 망루위에는 주민과 반대활동가 9명이 끝까지 저항하고 있었다.
경찰은 대형버스와 컨테이너를 망루 주변에 세워놓고 강제 연행을 시도했다.
추락이나 붕괴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양측의 대치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는 순간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현장을 찾아 중재를 시도했다.
조경철 강정마을 회장과 경찰 지휘부를 잇따라 만난 강 주교는 극적인 타협안을 도출해 냈다.
경찰이 이미 연행한 15명을 풀어주는 대신, 조 회장 등 망루위에 있던 9명도 자진해서 밑으로 내려오는 조건이었다.
이때가 이날 저녁 9시. 14시간 가까이 이어지던 충돌과 대치는 극적인 대화로 마무리됐다.
군관사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군은 강정에 616세대를 지을 계획이었지만 주민이 반발하기 때문에 72세대만 짓고 나머지 544세대는 해군기지 완공시점에 서귀포 인근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군은 올해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철거되기 직전의 천막농성장 모습.
그러나 강정주민들은 공사장 출입구에 천막을 설치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민동의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2012년 열린 임시총회에서 주민 98%의 결의로 군관사 건립을 반대했고 설명회도 주민의 반대로 3차례 무산됐는데도 해군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동의가 없으면 군 관사를 다른지역으로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도 이를 해군이 뒤집었다는 주장이다.
천막농성은 3개월 넘게 이어졌고 이에 해군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9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농성천막과 차량을 지진 철거해달라는 계고장을 보냈다.
제주도가 강정마을이 아닌 해군기지와 2.3km 거리에 있는 사유지를 군관사 대체 부지로 제안했지만 국방부는 인허가와 토지수용, 분묘 이장 등의 절차를 진행하려면 3년이 소요된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100일 동안 이어진 갈등과 행정대집행에 따른 충돌이 있었지만 극적인 대화가 더 큰 불상사를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