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새정치민주연합 당권주자인 문재인, 박지원 의원 (자료사진)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당권을 노리는 문재인·박지원 의원 측이 2.8 전당대회를 불과 엿새 앞두고 경선 룰 때문에 정면 충돌했다. 양 캠프는 당 지도부 선출에 25%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의 유효투표 해석 방식을 두고 '상대방이 전대 룰을 바꾸려 한다'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쟁점은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를 어떻게 분류하느냐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일반국민과 일반당원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각각 15%와 10%를 최종 결과에 합산하게 된다.
각각 45%와 30%가 반영되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투표 문항 자체가 '기호 1번 문재인', '기호 2번 이인영', '기호 3번 박지원'으로만 구성되기 때문이다.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다. 당 대표 후보 중 한 명에게 먼저 표를 던지고 이어 8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 2명에게 투표해야만 유효투표가 된다.
문제는 여론조사의 경우 통계학적 검증을 위해 '모름', '없음' 등의 제3의 문항을 꼭 포함하게 한 데서 비롯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가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해 3월 제정한 '선거여론조사기준'은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없음을 선택하는 항목도 포함되도록 응답항목을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도 이번 전당대회 시행세칙에서 이 기준에 따라 지지후보를 묻는 문항의 보기에 각 후보자와 '지지후보 없음'을 포함하도록 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때도 후보자 공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같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박지원 후보 측은 이 '지지후보 없음'이 문항 보기에 포함됐기 때문에 당연히 득표수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령 100명이 여론조사에 응해 40명이 문재인 후보, 20명이 이인영 후보, 30명이 박지원 후보를 찍고 10명이 '지지후보 없음'을 선택하면 각 후보의 득표율은 순서대로 40%, 20%, 30%가 된다.
박 후보 측은 결과의 합산을 규정한 시행세칙 28조에서 대의원ㆍ당원투표는 '유효투표'로 명시했지만 여론조사의 경우 '득표율'로만 표현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득표율의 사전적 정의는 '전체 투표수에서 찬성표를 얻은 비율'이다.
반면 문재인 후보 측은 '지지후보 없음'은 유효투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선 사례에 적용하면 전체 득표수가 90표가 되고 각 후보의 득표율은 44.4%, 22.2%, 33.3%로 소폭 상승한다. 특히 1위와 2위의 격차는 10%에서 11.1%로 벌어진다.
문 후보 측은 "투표 및 여론조사는 당대표 후보자 1명과 최고위원 후보자 2명을 모두 선택하는 때에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시행세칙 7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지지후보 없음'에 답한 것은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은 것이므로 유효투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아울러 6.4 지방선거 때도 '지지후보 없음'을 묻기는 했지만 득표율 계산에서는 제외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 캠프는 여론조사 유효투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보이콧'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는 직접 간담회를 자청해 "100m 경주에서 90m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룰을) 변경하는 건 다시 전당대회를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 측 김형기 부대변인은 "핵심은 말 그대로 기존 룰대로 가자는 건데 왜 룰을 바꾸려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당초 큰 이견 없이 절충됐던 경선 룰이 막판에 논란이 되자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시행세칙을 의결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 해석 방식을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전준위는 2일 오전 당헌당규분과위원회에 이어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논의하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이 워낙 팽팽한 터라 난항이 예상된다.